[정부 왜 환율급등 외면하나]대내외 환경 개선 의도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39분


최근의 환율급등에 대해 정부는 ‘투기세력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인위적인 시장개입은 없다’는 등 사실상 수수방관하는 모습이다.‘제2의 외환위기’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정부 스스로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일시적 해외교란 요인과 시장의 과민반응에 의해 초래된 것인 만큼 곧 안정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일각에서는‘올해말 내년초의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정부도 합리적인 수준의 환율 상승을 내심 바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소비-투자 둔화 상쇄시킬 묘약▼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23일 오후 재경부 외환 실무책임자들이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시장 직접개입 의사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자 시장은 이를 ‘환율상승을 용인하겠다’는 강한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환율상승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무엇인가.

평소 정부 정책에 대해 냉정한 시각을 보여온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한국경제가 연말연초의 험난한 대내외 환경을 극복하는데 원화 평가절하가 묘약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모건스탠리딘위터는 23일자 보고서에서 “구조조정이 완료될 때까지 한국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경제성장세가 지속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가계의 소비수요와 기업의 투자수요가 둔화돼 수출이 성장의 유일한 원동력이 되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된 3·4분기 거시지표 동향에서 민간소비가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전분기 대비 1.3% 감소(전년동기대비 6.8% 증가)한데 반해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27.3%나 증가한 점이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는 것. 메릴린치도 같은 날 “한국 정부는 경기둔화를 완충시키는데 평가절하가 가장 활용도가 높은 정책이라는 점을 알고 점진적인 평가절하를 용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은 임금상승률 둔화 등으로 상쇄돼 내년 소비자물가는 3.0% 수준으로 억제될 수 있다는 설명.

▼1200원대까지 용인할 가능성▼

정부는 언제쯤 팔짱을 풀 것인가.

이는 원화와 다른 수출 경쟁상대국 통화간의 가치 균형에 필요한 환율상승 폭이 어느 정도냐에 달려있다. 대우증권은 23일 현재 원―달러환율의 연초대비 상승률이 4.6%임에 비해 대만과 일본 통화의 달러환율 상승률이 각각 4.3%, 7.2%인 점을 감안, 달러당 1189∼1220원의 변동범위를 제시했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전망치는 △메릴린치가 향후 6개월후 1240원 △씨티은행이 내년 1·4분기까지 1180원 △UBS워버그가 1200원선. 요컨대 대략 달러당 1200원 수준을 전후해 적극적인 시장개입 움직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문제는 ‘환투기 세력의 만약의 준동에 대처할 수 있는 실탄(외환보유고)이 정말로 충분한지’와 ‘정부가 효과적인 시장장악 능력을 갖고 있는지’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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