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교수강연-기업,금융구조조정 연계해야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59분


“지난 2년반 동안 한국경제가 놀라운 속도로 회복된 것은 구조조정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기 보다 구조개혁을 미루는 미봉책 때문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서울대 경제학부 정운찬(鄭雲燦·사진)교수는 16일 인간개발연구원이 서울 롯데호텔에서 주최한 조찬강연회에서 “경제위기를 진정시키는 것과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조치가 상충하면 구조조정을 미루고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며 “하지만 30년간 쌓여온 구조적 문제 해결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특히 “이제까지의 구조조정은 기업부실을 금융부문에 떠맡기는 소극적인 정책이었다”며 “부실기업 퇴출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교수는 또 “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 거시경제지표가 좋아 자칫 미시적 잘못들에 대해 눈을 감게 될 수 있지만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직후인 98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가 그 다음해인 99년에 반대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은 IMF를 거친 나라들의 일반적인 패턴이라는 것. 또 정교수는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온 소비와 수출이 각각 국내경기침체와 미국 신경제의 퇴조로 줄고 있어 성장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가 은행에서 1000만원을 빌리고 못갚으면 전전긍긍하는 것은 A이지만, A가 10억원을 빌리고 못갚으면 전전긍긍하는 것은 은행이다”는 우스갯소리를 예로 들며 정교수는 “한국의 은행들은 거래기업이 퇴출되면 은행도 퇴출될까봐 전전긍긍하며 앞장서 부실기업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꼬집었다.

정교수는 구조조정을 위해 단기적으로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이 연계돼야 하며 장기적으로 적자생존이 적용되는 시장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금융감독기준을 강화하고 기업내부의 의사결정을 민주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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