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돈 은행으로…예금잔고 400兆 돌파

  • 입력 2000년 11월 9일 18시 30분


시중자금의 은행 집중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은행예금 잔고가 지난달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예금은 6조5457억원이 늘어나 10월말 잔액이 401조111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은행신탁 투신사 종합금융회사 등에서는 돈이 빠져나갔다. 고질적인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투신권은 7∼9월 3개월 연속 수신고가 늘어났지만 지난달에는 2조3695억원이 줄어들었다.

은행예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금융소비자들이 계속되는 금융구조조정 및 내년부터 실시되는 예금부분보장제도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은행을 찾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주식시장 침체의 반사적 이익을 본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우량 비우량을 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를 주는 곳으로 돈이 몰리는 경향이 엿보인다. 부실은행 처리방향이 금융지주회사 편입으로 정해져 적어도 돈을 떼일 염려는 없는데다 예금보장 한도도 당초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아졌기 때문.

한빛은행의 경우 10월들어 예금보장 한도 상향조정이 발표된 17일 전까지는 8722억원이 빠져나갔지만 17일 이후에는 6574억원이 증가했다. 조흥은행도 16일까지 2596억원이 감소하다 17일부터는 188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그러나 예금금리를 대폭 인하한 주택은행 등은 17일 이후 수신고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해졌다.

은행들은 넘쳐나는 돈을 대출 외에 안전한 국채 등을 사는데 주로 써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9월말 연 8.07%에서 9일 연 7.2%대로 급락했다.

은행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동안 투신권 수신고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7월 선보인 비과세펀드에 돈이 들어오면서 7∼9월 10조원의 돈이 들어왔으나 지난달엔 부가가치세 납부(25일) 등의 영향으로 머니마켓펀드(MMF)에서 1조5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비과세펀드의 인기도 시들해진 탓으로 분석된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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