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車 노조 동의거부]"3500명 정리해고 수용못해"

  • 입력 2000년 11월 7일 19시 46분


대우자동차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 합의여부가 대우차 최종부도를 판가름하는 실질적인 변수가 됐다. 이는 기업의 재무상태나 경기상황 외에 노조의 동의여부가 기업 부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 사례여서 주목된다.

대우 노사는 8월 단체협상에서 5년간 고용보장에 대해 합의한 상태. 따라서 경영진과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를 받아내야만 이 합의를 ‘수정’할 수 있다. 또 구조조정을 노사합의로 추진한다는 명분을 세울 수 있다.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 동의서를 받아냄으로써 ‘노조파워’를 우려하는 외국업체를 안심시키고 원활한 매각분위기를 조성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차 노조는 그러나 최종부도와 동의서를 맞바꿀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노조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동의서를 써주는 것은 3500명을 정리해고 한다는 방침에 동의하는 것이므로 제출할 수 없다”며 “체불임금지급과 해고자 복직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의서 거부 배경에는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인식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대우노조의 강경 방침으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동계 움직임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특히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진통을 겪고 있는 데다 3일 퇴출 기업 발표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어 ‘동의서 거부’ 파장은 다른 사업장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퇴출기업 명단이 발표되자 한국노총은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 △노동자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구조조정대책위를 3일 구성했다. 민주노총 역시 건설산업연맹을 중심으로 대우차문제 공공기업문제 등 구조조정전반에 대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민주노총 박하순 정책부장은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구조조정안에는 어떤 경우라도 동의할 수 없다”며 “대우노조가 동의서를 거부한 것이 전체 운동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인사 경리 등 경영자가 전권을 갖고 추진해야 하는 구조조정에 노조의 입장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구조조정의 진통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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