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채권단, '대우차 부도 불사' 배경은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20분


대우자동차 처리를 둘러싸고 정부와 채권단이 ‘부도불사’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은 한쪽으로는 노조를 압박하면서 한편으로는 매각논의를 진행중인 GM의 입성을 위한 바닥다지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대우차 사용자측은 최근 현대건설과 동아건설 등 부실기업 처리를 둘러싼 금융권의 행보를 놓고 볼 때 ‘부도 경고’가 단순한 압박용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차할 경우 채권단이 대우차를 부도낸 뒤 법정관리 상태에서 재매각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우차는 노조측의 동의서를 얻기위해 최대한 설득하고 있지만 노조측은 “인력감축 동의서를 절대 써 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우차 현황〓대우차는 사실 올들어 계속 부도위기를 겪고있었다. 매달 영업손실만 500억원가량 냈기 때문이다. 지난 8월말까지는 채권단이 포드차에 매각되리라는 희망을 안고 1조7468억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해준 상태. 그러나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하자 채권단이 자금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대우차는 9,10월을 근근히 버텼다.

이달 6일부터도 당장 480억원어치 어음이 돌아오는 등 11일까지 결제해야할 금액이 1700억원 가량인데 대우차의 자체 자금으로는 하루 이틀정도 버틸만한 여력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의도〓이같은 상황에서 대우차가 최근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은 실행될 수있을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이 보기에 자구안 실행의 첫단추는 노조의 동의여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3500명 인력감축 및 비용절감으로 회생을 도모한다는 대우차의 자구안은 노조의 반발에 부닥쳐있는데 공장의 가동률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이라는 강공을 하게 될 경우 자구안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노조가 구조조정에 동의한다는 각서를 써야만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매각협상이 진행중인 GM측에 인력조정 가능성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실제로 대우차를 부도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GM과 매각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생존해있는 것이 부도난 상태보다 분명히 유리한 입장에 서기 때문이다. 또 대우차의 1차 협력업체만 500개가 넘는데 2, 3차 협력업체까지 합할 경우 생겨날 경제적 파장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해결난망〓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놓고 노조와 채권단이 대결을 펼칠 태세여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는 “현재의 자구안을 실행한다고 하더라도 대우차가 회생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력감축에 동의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사람 몇 자르고 임금 얼마 줄인다고 대우차가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책임전가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경영진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이종대(李鍾大) 대우차회장은 “노조를 최대한 설득해 회사를 일단 가동시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하임숙·이나연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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