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힘든 50여기업 퇴출…"원칙대로" 강경 급선회

  • 입력 2000년 10월 31일 23시 09분


《채권은행협의회가 3일 발표할 퇴출대상 부실기업은 50개 안팎으로 당초보다 상당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회생이 불투명한 부실기업을 예외 없이 퇴출시키기로 처리방침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날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한 한빛 외환 등 6개 은행에 대한 경영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도 함께 발표된다. 퇴출기업이 늘어나면서 독자생존할 수 있는 은행도 줄어드는 등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의 폭은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퇴출될 기업 이미 상당수 결정〓각 채권은행은 10월초에 확정한 내부 기준에 따라 퇴출대상 기업을 선정해 놓았다. 현대건설 등 일부 대기업을 놓고 다른 채권은행과 ‘퇴출이냐 지원이냐’하는 협의만 남겨 놓고 있다. 선정결과는 이미 금융감독원에 제출됐다. 한 시중은행의 퇴출심사 담당자는 “개별 기업이 금감원을 상대로 마지막 소명 절차를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채권 은행들은 3일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할 최종 명단을 놓고 구체적인 설명자료를 만들고 있다. 이 자료에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대는 기업을 무슨 근거로 지원하기를 결정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구안을 현실화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포함될 예정이다.

▽은행 구조조정 폭도 확대전망〓동아건설이 퇴출되고 현대건설이 출자전환이나 법정관리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퇴출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조흥 외환 등 독자생존을 추진하는 은행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회생을 전제로 독자생존 계획을 짰는데 퇴출기업이 늘어나면 이런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동아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외환은행은 4395억원, 조흥은행은 1245억원의 부담이 생긴다. 현대건설이 ‘잘못될’ 경우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의 독자생존은 물건너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경평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이 너무 긍정적인 전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부실대기업 최종 결정이 나오면 은행의 앞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부도공포〓‘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가 깨진 만큼 앞으로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거의 예외 없이 퇴출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관측. 하지만 ‘원칙론’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휩싸여 살아날 가망이 있는 기업까지 퇴출대상에 ‘도매금’으로 포함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재계는 동아건설 및 현대건설의 처리와 관련해 경제체질 강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원칙론과 국내 건설업계의 대외신인도 등을 감안할 때 무리한 결정이라는 현실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재계의 관심은 채권단의 정면돌파 기류가 다른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될지에 쏠리고 있다. 특히 쌍용양회 고합 등 정리대상으로 거론돼온 기업들은 인원감축 외자유치 등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마련하는 등 긴급 경영체제 구축에 나섰다.

고합측은 “주채권은행과 상의해 울산공장 매각 등 자구계획을 실천중이고 매월 200억원대의 이익도 꾸준히 내고 있다”고 설명. 쌍용양회는 31일 일본 태평양시멘트와 외자유치 조인식을 갖고 주금 3660억원을 납입받았다. 대우자동차도 내년중 감원과 급여삭감 등을 통해 9000억원의 자금수지를 개선하는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박원재·홍찬선·김승련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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