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퇴출-현대건설 1차부도 시장반응]"모처럼 잘했다"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8시 30분


‘대기업 부도에 시장은 환영일색.’

동아건설 퇴출과 현대건설 1차 부도에 대해 31일 주식시장이 보인 반응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이 부실기업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하자 시장 관계자들은 ‘단기적으론 충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회생을 위한 보약’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구조조정 이행을 위한 불가피한 수순으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마저 있다는 것.

31일 종합주가지수는 개장 직후 21포인트까지 하락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회복, 30일보다 9.75포인트 오른 상태로 종료했다. 코스닥 종합지수 역시 소폭의 오름세로 마감.

동양종금 현대담당 권영복과장은 “죽어야 할 기업이 살아있으면서 시장의 교란요인만 되었는데 이번 동아건설 처리는 그 교란요인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양증권 홍성걸 투자전략팀장은 “증권투자자들은 은행권이 이번 결정 과정에서 과거보다는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외국인의 시각은 어떨까?

한 미국계 투자은행 임원은 “채권단들이 경제적인 잣대를 적용해 퇴출 결정을 내리고 정부가 이에 간섭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고 말했다.

한은 외환운영팀의 이응백조사역은 “홍콩과 싱가포르의 애널리스트들도 동아 현대사태가 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환율 상승폭이 줄었다”고 말했다.

자금시장과 외환시장 역시 이날 장초반에 모두 약세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동아 현대건설 사태를 호재로 받아들이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장초반 전일대비 0.05%포인트 정도 오른 7.67%로 시작했지만 오후들어 오름세가 진정되면서 0.01%포인트 상승에 그쳐 안정세를 보였다.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4.50원까지 오른 1142원을 기록했으나 낙폭이 줄면서 오후 들어서는 1139∼1140원대에서 움직였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증시 관계자들과 의견이 대동소이했지만 단기충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 서울증권 여인택선임연구원은 “채권은행들이 추가로 충당금을 쌓게 되면 당장 올해 흑자를 내기 어려워지는 등 금융권 전반이 받는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양종금 권과장은 “자금시장도 더 이상 악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박현진·금동근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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