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특집]한국무역 '새 틀'을 짜자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8시 34분


‘21세기 한국무역의 새 틀을 짜자’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 수출입구조를 획기적으로 전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경제는 60년대 이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대량생산과 물량위주의 수출을 통해 압축성장을 이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수출의 양적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97년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우리 경제는 98년 14위로 밀려났으며 99년에 13위로 한 단계 오르는 데 그쳤다. 특별한 돌파구가 없는 한 가까운 시일 내에 10위권 안으로 진입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후발 개도국들은 경공업제품에 이어 상당한 기술수준을 요구하는 중화학제품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우리상품의 점유율은 90년 3.7%에서 99년 3.1%로 낮아진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오히려 3.2%에서 8%대로 크게 높아진 것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소홀로 우리의 물류비 부담은 GDP의 16.4%로 선진국의 두 배 가까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낙후된 금융시스템은 금융비용 부담을 늘려 수출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수출 상대국과의 통상마찰 또한 상품수출의 걸림돌. 특정지역 특정품목에 몰려있는 우리의 수출구조는 통상마찰의 여지가 많다. 6월말 현재 23개국으로부터 102개 품목이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다양한 형태의 수입규제나 조사를 받고 있다. 99년말 총 수출액의 4.6%가 수입규제를 받고 있다.

대내외 무역환경의 파고를 헤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양적 성장에 한계를 들어낸 상품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전략에서 탈피, ‘신(新)무역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

신무역 전략은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상품무역을 보다 고도화시키면서 서비스무역을 또 하나의 원동력으로 삼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처럼 필요한 자원을 수입하여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단선적 전략에서 벗어나 무역(Trade) 운수(Transport) 관광(Tour) 기술(Technology)등 4T를 결합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새로운 복합무역, ‘4T 전략’이기도 하다. 앞으로 좀 더 구체화되겠지만 일단은 단순한 상품교역을 넘어 물류 유통 금융의 거점을 구축, 싱가포르 홍콩같은 국제비즈니스센터로 키우자는 뜻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속엔 19세기말 조선왕조가 기울 무렵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경험했고 식민시대를 거치면서 외세를 배척하는 의식이 뿌리깊게 남아있다. 93년 우루과이 라운드(UR) 다자간협상을 진행하면서 농산물시장 개방이라는 협상결과에 책임을 지고 관계장관이 여론에 밀려 물러나야 했다. 그 후 잇따른 통상협상에서도 협상대표단이 대외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국내시장 보호만을 요구하는 국내여론에 밀려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잦았다.

수출을 많이 하려면 우리도 외국제품을 사다 쓰는 지혜가 필요하고 이를 협상과정에서 어떻게 유리하게 반영시키느냐가 관건인 상황에서도 국내시장 보호가 최우선이었다. 신무역 전략을 실행하려면 상품과 서비스시장의 개방은 물론이고 자본 기술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돼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시스템과 인프라도 필수적이다. 조건이 맞는다면 한국전력이나 포항제철 같은 기간산업도 외국인에게 넘길 수 있고, 능력에 따라 외국인에게도 공직을 열어줄 수 있는 과감한 개방도 전제조건.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자본 기술 인력의 이동을 더욱 자유롭고 왕성하게 해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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