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게이트]나이비슷 소장파와 수시접촉…일부 발묶여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9시 03분


정치권에선 과연 어떤 사람들이 어떤 경로로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鄭炫埈)사장의 사설 펀드와 관계를 맺었을까.

정사장이 정치권 인사들을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지난해 봄부터였다는 것이 정치권의 정설. 지난해 정사장과 식사를 함께 한 일이 있다는 한 정치권 주변인사는 “당시 정사장은 정치권 인사들과 술자리나 식사모임을 꽤 자주 가졌다”며 “정사장은 이런 모임에서 ‘앞으로 엄청나게 오를테니 주식을 사라’, ‘알타비스타(평창정보통신·정사장이 대주주)가 한국의 야후가 될 것’이라는 등 큰소리를 치곤 했다”고 전했다.

정사장의 언행은 성공한 벤처기업가의 자신감의 표출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이를 믿고 주식을 사거나 정사장의 사설펀드에 자금을 맡긴 인사들이 상당수에 달한다는 것. 이렇게 ‘정현준펀드’와 관계를 맺은 정치권 주변인사들은 대부분 ‘젊은 층’.

여권의 한 관계자는 “30대 초반인 정사장이 중진들과 어울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사장이 주로 만난 층은 소장파 의원과 원외위원장, 보좌관급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정사장은 야당의 일부 소장파들과도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사장이 로비나 거래 관계로 정치권 인사들을 만난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당시 ‘투자자’ 중 일부는 얼마 뒤 지분을 처분해 상당한 이익을 얻었지만, 일부는 지금까지도 자금이 묶여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나는 정사장을 만나 본 적은 없다”고 전제하면서 “정사장의 권유가 내부 정보에 해당할 수는 있겠지만, 당시 그를 믿고 자금을 투자한 사람 중에서 불법이라고 인식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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