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평가 엉터리…'투기등급' 부도율 '투자등급'보다 낮아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31분


국내 신용평가회사에서 우량하다고 평가받은 기업이 오히려 부도가 더 많이 나는 등 신용평가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22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0년 이후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정보 등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이 투기등급으로 평가한 기업의 부도율이 투자등급으로 매긴 기업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대 신용평가기관이 매기는 기업체별 신용등급은 은행의 대출 및 회사채 발행가능 여부 등 기업의 자금운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90년 이후 투자부적격 단계인 BB 등급 기업의 부도율은 4.34%. 투자적격 등급의 가장 아랫단계인 BBB등급기업(5.6%)은 물론 A등급기업(5.26%)의 부도율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H증권 채권담당자는 “이처럼 신용등급과 부도확률이 뒤바뀌는 기현상은 그동안 국내 평가기관의 기업평가가 주먹구구식이었다는 증거”라며 평가기관들간에 차이도 크다고 말했다.금융권에서는 그러나 “평가잘못 이외에도 정부가 부도위기에 빠진 투기등급기업을 부도유예 협약으로 살려내거나 대우그룹 등 정부가 부실기업을 제대로 퇴출시키지 못한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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