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증시 단비될까...시장 반신반의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36분


연기금의 주식매입이 주식시장에 얼마나 효과를 가져올까. 일단 정부의 의도대로 매입규모가 커지면 얼어붙었던 투자심리를 녹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거에도 주가가 떨어질 때면 연기금 동원이 단골메뉴로 등장했기 때문에 ‘립서비스’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투자심리 회복에는 도움〓현재 증시의 큰 문제점은 주도적인 매수세력이 없다는 점. 외국인은 기술주 비중을 줄여나가기 위해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등을 팔고 있다. 기관투자가는 환매요구에 시달리다보니 실탄여유가 없는 상태여서 그나마 팔지 않으면 다행이다. 개인은 주가폭락으로 반토막 이상 나있기 때문에 더 이상 기대할게 없는 상황.

따라서 시장에서는 연기금이 해외변수로 인해 실적에 비해 너무 저평가된 삼성전자 등 지수관련 대형주를 매입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마이다스에셋 박광수 이사는 “주식투자확대로 연기금의 부실화를 우려하는 견해가 많지만 현 상태에서 저평가 우량주를 매입한다면 수익률이 높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신반의 시각도 많다〓그동안 정부의 약속을 믿었다가 낭패를 당한 시장참가자들은 이번에도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는 지난 10년동안 증권가의 단골메뉴였지만 항상 말로만 그쳤다”며 강력한 정책적 결단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법개정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실제로 주식매입에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연기금동원 소식으로 주가가 조금 오르면 정부도 의지가 퇴색해 한발 물러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500선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졌다〓마이애셋 기온창이사는 “500선 밑에서는 매도세보다 매수세의 힘이 휠씬 강력하다”며 “시장의 기조가 붕괴되지 않는 한 500선대의 주가는 국내외 악재를 모두 반영한 수준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나스닥시장이 3000선을 지켜내고, 숨고르기 정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내 증시는 추가적으로 올라갈 여지가 높다는게 기이사의 설명.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도 “500선은 과매도 국면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미국시장도 이번 주로 주요 기업의 어닝 시즌(실적발표)을 마무리할 예정이어서 나스닥 충격도 상당부분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운·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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