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체감경기 'IMF 수준'으로 …한은 3분기 조사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34분


가정에서 피부로 느끼는 경기상황이 98년 하반기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국은행은 16일 “전국 16개도시 2314가구를 대상으로 한 3·4분기(7∼9월) 소비자동향 조사결과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가 전분기 95에서 70으로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 지수는 98년 4·4분기(10∼12월) 58을 기록한 이후 줄곧 90대를 웃돌다 이번에 70으로 곤두박질쳐 1년9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4분기 13.0%를 정점으로 올 1·4분기(1∼3월) 12.8%, 2·4분기(4∼6월) 9.6%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洪淳英)수석연구원은 “소비심리 위축은 내수(內需)에 악영향을 끼쳐 곧바로 실물경기 위축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가 지난 6개월에 비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향후경기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도 올 2·4분기 101에서 이번에는 70으로 떨어져 98년 4·4분기(80)이후 가장 낮게 나타났다. 또 ‘현재 생활형편이 6개월 전에 비해 좋아졌는가’를 나타내는 현재생활형편 CSI는 전분기 90에서 81로 하락했다. 한은은 이에 대해 “조사가 실시된 9월 중 국제유가 급등, 반도체가격 하락,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 등 악재가 겹친 데 상당한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발표된 통계청의 ‘8월 소비자전망 조사결과’에서 과거 6개월과 비교해 현재의 가계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는 96.4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소비자평가지수가 100에 못미치면 소비를 줄인 가구가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또 상공회의소의 3·4분기 제조업체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도 2·4분기 138보다 22포인트 낮은 116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동향지수(CSI)란?▼

한국은행이 석달에 한 번씩 조사해 발표하는 지수로 경기, 생활형편, 소비지출 등의 항목에 대해 각 가계가 느끼는 생각을 수치화한 것.

예컨대 ‘현 경기가 6개월 전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각 가구의 응답을 종합해 만든 현재경기판단 CSI가 100 이하이면 부정적인 답이 긍정적인 응답보다 많았음을 뜻한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에 대한 실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가계의 주관적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수치이지만 경험상 지표경기로 연결되는 속성이 있다”고 지수의 의미를 설명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