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수입구조 건실한가]가격 연동제 고유가 충격커

입력 2000-09-16 18:46수정 2009-09-22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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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원유수입구조는 얼마나 건실할까.

물량 확보면에서는 장기계약분이 많아 매우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원유 중 1년 이상의 장기계약 물량은 70%. 중동 아프리카 등과 미리 물량을 정해놓고 매달 현물 시세대로 대금을 지불하는 식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고유가 체제에서는 가격면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 대안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선물(先物)거래’다. 원유도 주식처럼 몇 개월이나 몇 년 뒤의 가격을 예측해 미리 사고 파는 선물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만약 국내 도입 원유를 몇 달 전에 선물로 계약했다면 우리나라는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가령 작년 말에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이달(9월물)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선물가격은 불과 20달러였다. 당시는 유가가 다소 안정세를 보인데다 향후 전망도 낙관적이었다. 이달 현재 30달러 이상의 가격에 비하면 30% 이상이나 싸다.그 이후 맺어진 선물가격은 점차 현물가에 근접해갔지만 3월(24달러)이나 6월(29달러)에 선물계약을 맺어뒀더라도 상당한 이익을 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작년 말에 모든 수입물량을 선물계약했을 경우 우리나라는 올 들어 50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선물거래는 투기성이 매우 강한 ‘위험한 거래’다. 이 때문에 국내 정유사들은 선물거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선물회사들이 소규모로 취급하고 있을 뿐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선물시장은 투기자본과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갖춘 석유 메이저들이 주도하는 시장이라 국내 정유사 같은 ‘개미’들이 끼어들었다간 손해만 보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 들어 유가가 내릴 것으로 예측했던 외국의 몇몇 업체가 대거 선물매도에 나섰다가 줄줄이 도산 지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편한 장사’를 하고 있어 선물거래 같은 하이테크 능력을 키우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기거래와 선물거래를 적정한 비율로 조화시켜 물량과 가격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얘기다.한 선물회사 관계자는 “국내 휘발유가가 국제유가에 연동돼 국제유가 변동분을 즉각 국내 석유제품 값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선물거래에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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