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車 인수 포기 배경]포드 투자여력 한계 도달

입력 2000-09-15 18:54수정 2009-09-22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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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드자동차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는 대우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결정이지만 포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포드는 15일(현지 시간 14일) 대우차 인수 포기를 결정한 뒤 웨인 부커 부회장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대우자동차의 사업 현황 및 관련 자회사들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통해 최종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다분히 대우차 정밀 실사 결과 무언가 문제가 있어 인수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 관계자는 “포드가 처한 어려움 때문”이라고 밝혀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는 포드의 내부 문제와 대우차 실사 결과가 어우러져 내려진 결정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내 관계자들은 우선 포드의 내부 문제를 주요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포드자동차의 경영 상태는 ‘자동차 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너무도 흔들리고 있었다. 올 7월 미국 고속도로안전국(NHTSA)이 포드에 타이어를 제공하는 파이어스톤사의 제품 불량으로 인한 사망 사고를 조사중이라고 발표했고 이는 포드 및 파이어스톤사의 대량 리콜 선언으로 이어졌다. 이후 “10년동안 엔진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신용’을 생명으로 삼는 미국 기업 풍토에서 포드는 치명타를 입었으며 미국 의회 청문회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포드차의 주가는 8월초 47달러선에서 이날 현재 25달러선까지 빠져 있다. 포드 본사의 국제사업본부 홍보부장 미라 쿠머는 그러나 “최근의 ‘리콜’ 문제와 대우차 인수 포기 결정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이번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지만 포드의 주주와 직원 등 모든 관계자와 대우를 위해 이사회에서 인수 포기가 최선의 결정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같은 분석을 일축했다.

포드의 인수 포기는 포드 내부 문제라기보다는 대우차 실사 결과가 주요 배경이라는 것이 포드측 입장이다. 대우차는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영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대우차는 그동안 겉으로는 “포드가 당초 제시한 7조7000억원에서 최종 단가가 크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지만 내부적으로는 가격 인하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실사에 나섰던 포드가 국내외에서 추가 부실을 밝혀냈을 것이란 추측이다.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 정부와 채권단은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포드의 어려움은 이미 널리 알려졌던 일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손놓고 “문제 없음”만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대우로서는 두 번에 걸쳐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불운을 겪는 셈이다. 98∼99년 GM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면서 가격 협상을 의욕적으로 벌이다 GM의 해외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바람에 협상이 파탄난 데 이어 이번에도 협상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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