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품 판매 불티"

  • 입력 2000년 9월 14일 18시 34분


국제 기름값 상승, 주가하락 등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있지만 부유층을 상대로 한 초고가 제품의 판매량은 오히려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빈부격차가 최근 더욱 확대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어서 소득과 소비의 양극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입자동차 판매. 경기가 위축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이 자동차판매이지만 수입승용차 판매는 지난해의 두 배로 늘어났다. 국내 자동차 가운데서도 경차 판매는 줄어들고 중대형차 판매가 늘고 있다. 또 백화점에서는 수백만원짜리 와인 등 고가 수입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으며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수입차 판매량 작년의 두 배〓14일 한국자동차연구소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수입승용차는 2650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02.4%나 늘어났다. 국산 대형차 판매도 5만2017대로 지난해 동기대비 42.6%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국내 승용차의 전체 판매 증가율은 28.8%에 그쳤다.

특히 국제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8월 이후 승용차 판매는 크게 줄었지만 수입차의 판매는 그다지 줄지 않고 있으며 대형차의 경우 오히려 판매량이 늘고 있다.

선원용 한국자동차연구소 연구위원은 “앞으로 중대형급을 위주로 하는 수입승용차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주요 수입차가 인터넷을 통한 공동판매를 추진하고 있고 BMW와 볼보 등은 영업점과 서비스망을 확충하고 있어 수입차시장의 판매 증가추세는 더욱 가파를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 자동차 판매증가와 맞물려 자동차 보험도 고급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본인이 실수로 사고를 낸 경우에도 무한보상해주는 등의 서비스를 담은 고급형 자동차보험을 판매한 삼성화재는 한 달 동안에만 3만4000여건, 106억원의 보험료 수입실적을 올렸으며 동부화재 LG화재 등도 최근 비슷한 상품을 개발해 각각 30억원, 12억원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에도 고급제품 판매 늘어〓해외 유명 의류 브랜드를 전문으로 파는 ‘명품관’이 이제는 식품쪽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본점과 무역점에 ‘명식품관’을 열고 290만원짜리 와인 치즈 샌드위치 등을 팔고 있다. 또 지난 추석 때는 알 밴 조기만을 말린 ‘알굴비 세트’를 90만원에 내놓기도 했다.

갤러리아 백화점 압구정점도 올해 가격대가 최고 80만원인 고급와인 전문매장을 열었는데 하루 평균 200만원가량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밖에 롯데 신세계 등 다른 백화점들도 3㎏에 35만원짜리 멸치, 300만원짜리 루이13세 코냑, 410만원짜리 혼마골프채를 추석선물로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IMF이후 소득 양극화가 고착화하면서 부유층이 쓰는 교통비 교양비 등이 서민의 한 달 월급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에 서민층의 좌절감이 심화하고 있다”며 “만일 정부가 부유층에서 세금을 많이 걷는 세제개혁을 단행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사회응집력이 약해지고 경제 붕괴마저 촉진될 위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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