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예산 어떻게 책정됐나]국가부채 줄이기 긴축 편성

  • 입력 2000년 9월 4일 23시 24분


정부가 당정협의를 위해 여당에 제출한 예산안은 근래 보기 드문 긴축 예산이다.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101조원으로 책정됐지만 국가 부채를 줄이자는 '당면 과제'에 따라 내년 예상 경제 성장률(8∼9%)보다 2∼3% 낮게 편성됐다. 특히 인천신공항 건설 등 대규모 국책 사업이 대부분 끝났지만 새로운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예산 배정이 없는 점도 정부의 긴축 기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긴축 재정에 역점=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재정 규모는 올해 추가경정 예산보다 6조원 정도 늘어난 101조원. 정부는 내년에도 경기 활성화와 음성, 탈루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로 올해보다 세수가 16∼17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세수 증가분을 적자 재정의 요인이었던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는데 쓰기로 했다.올해 11조원 규모였던 국채 발행을 내년에는 3∼4조원으로 줄이고 이를 통해 통합재정수지 적자폭을 국내 총생산(GDP)대비 3.4%에서 1.5% 낮추겠다는 것.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에 필수적으로 늘려야할 예산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방교부금 5조4000억원과 공무원 처우개선과 국채이자 상환, 금융구조조정 지원(3조∼3조5000억원), 의약분업과 국민기초생활보장, 연구개발과 정보화(2조원) 등 모두 10∼11조원 수준이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보조금과 교육재정교부금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

정부는 필수적으로 늘려야할 11조원중 6조원은 재정규모 증가율에 따른 가용 재원 증가분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외환위기 이후 크게 늘어난 공공근로 사업과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등 한시적인 세출소요 1조5000억원 삭감, 국고 보조와 융자(1조4000억원)축소, 특별회계 자체 세입 증대(1조원)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정보기술, 과학분야 집중 투자=정부는 정보기술과 생명 공학 등 미래에 대비한 투자를 대폭 늘렸다.G-7국가 수준의 과학 기술력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 개발 분야에 대한 예산을 크게 늘리고 기존의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과감하게 축소하겠다는 게 정책의 기본 방향.

정부는 21세기 프론티어 연구사업에 올해 4240억원보다 1000억원 정도가 늘어난 5175억원을 배정했으며 기초연구투자에 2003억원,산업기술개발 8261억원, 52개 출연연구기관 및 5개 연구회에 7188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세계 10대 지식정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보통신 인프라 확충을 위해 초고속정보통신망(2563억원), 첨단지식정보산업 육성(854억원), 정보화 역기능 방지(351억원) 저소득층학생 PC 5만대 무료 보급 등에 711억원 등을 쓰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맑은 물 공급을 위한 4대강 수질 개선과 하,폐수 처리 투자에 3749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폐기물처리에도 2900억원을 쓰기로 했다. 또 남해안 관광벨트 사업에 500억원, 경기북부유교문화권 230억원 등 미래형 관광권 개발사업에도 중점 투자하기로 했다.

▽균형 재정 가능할까=국가 채무 감축을 통해서 2003년까지 균형 재정을 이룩하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이번 긴축 예산 편성으로 가능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 경제 성장률을 밑도는 예산 책정으로 긴축을 하겠다는 의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 기업과 민간 부문의 성장을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만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긴축 재정에 대한 정치권과 재계의 반발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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