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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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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말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한 한상훈(36)씨는 스스로를 ‘성공한 개미’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7월부터 올 7월까지 1년 1개월 동안의 수익률이 약 160%. 13개월 동안 월별로 따졌을 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달은 5달. 나머지 달에는 대부분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성공의 비결에 대해 한씨는 한 마디로 “욕심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몇 차례 실패를 겪으면서 이 평범한 진리가 그 어떤 투자기법보다도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것.
한씨는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바보’ 취급을 당하던 98년 12월 주식에 입문했다. 처음 몇 번은 운이 따라줬다. 대우전자 이틀 연속 상한가로 3일만에 3200만원을 손에 쥐기도 했다. 그러나 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건설주와 증권주로 단 몇 일만에 7000만원을 허공에 날려버린 것.
그 뒤로는 남은 원금을 조금씩 까먹는 상황이 지속됐다. 설상가상으로 급한 업무가 생겨 몇 달간 투자를 쉬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씨는 “그 때 잠시 쉬었던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여유를 갖고 주식투자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
지난해 7월 다시 투자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높은 수익을 올린 배경에 대해 한씨는 ‘어떤 종목을 어느 타이밍에 샀다’ ‘이 종목은 이래서 선택했다’는 등의 설명은 하지 않았다. 단지 투자에 임할 때 반드시 지키는 몇 가지 수칙만을 소개했다.
첫 째, 벌기보다는 잃지 않으려 노력할 것. 한씨는 몇 배의 이익을 남겼느니 하는 주변의 이야기에는 귀를 닫아버렸다. 10%의 수익만 올려도 만족하고 곧바로 이익을 실현한다는 것. 매매 횟수도 최대한 줄였다.
둘 째, 공부할 것. 감으로만 투자해선 절대 이길 수 없다는게 한씨의 생각. 그는 주식투자를 다시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매일같이 차트 분석과 종목 연구를 하고 시황, 금리, 미국증시 동향 등을 파악하는데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셋 째, 손절매는 요령껏. 한씨는 손절매 시점을 수익률 ―7% 전후로 잡고 있다. 우선 ―5%가 되면 3분의 1을 판다. ―7%때 또다시 3분의 1을 매도하고 ―9%대가 되면 나머지를 전부 매각.
넷 째, 매매 일지를 작성할 것. 한씨는 매일 그날의 거래 내역을 분석하고 오류가 있었던 부분을 찾아낸다.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렇게 작성한 매매일지를 바탕으로 다음날 장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한 뒤 시나리오대로 장이 움직이면 과감히 배팅을 하는게 한씨의 전략.
한씨는 “이 정도는 누구나 아는 내용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이 정도도 실천할 자신이 없으면 주식을 멀리하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