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마저…" 건설업계 대구 4인방 몰락

  • 입력 2000년 8월 29일 19시 18분


우방이 26일 최종부도를 내고 법정관리 신청을 하면서 90년대 초 건설업계에서 ‘대구 4인방’으로 불렸던 4개 주택전문업체가 모두 몰락했다.

‘건설업계의 대구 4인방’은 청구 건영 보성 우방. 대구에 본거지를 뒀거나 사주가 인근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불렸던 이들 업체는 60년대말(청구 건영 보성)과 70년대(우방)에 각각 설립돼 88∼92년에 추진된 200만가구 건설사업과 함께 사세가 급성장했다.

82년 지방업체로선 처음으로 서울에 입성, 화제가 됐던 청구는 97년 12월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까지 계열사 14개, 그룹 순위 35위의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96년 8월 부도를 내고 현재 법정관리 중인 건영도 한 때 매출이 1조원을 넘고 건설도급액 3558억원(93년 기준)의 대형 건설업체로 컸다. 98년1월 부도를 내고 현재 화의를 밟고 있는 보성도 90년부터 4년 연속 대구지역에서 주택공급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들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가 말뚝만 받아도 분양이 됐던 시기여서 건설면허만 있고 집 지을 땅만 있다면 누구나 사세를 키울 수 있었기 때문. 또 현재와 달리 삼성 대우 LG 등 대그룹 계열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던 것도 지방 중소업체가 서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잘 나가던 이들 업체가 몰락하기 시작한 것은 회사규모가 갑자기 커진 반면 그에 걸맞은 경영체제나 능력 등 내실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다각화와 매출 확대에 치중한 때문. 또 200만호 사업 이후 전국의 주택가격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음에도 업체들의 주택 공급물량은 줄지 않았고 미분양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자금 압박과 경영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국토연구원 김정호(金政鎬)부원장은 “아직도 대부분의 주택건설업체들이 200만호 건설 때의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90년대 초반과 같은 주택경기 호황은 기대할 수 없으므로 구조조정에 적극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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