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조정회의]공공개혁 '박차'…구조조정 "글쎄"

  • 입력 2000년 8월 22일 22시 31분


진념(陳稔) 경제팀 출범 이후 처음으로 22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는 금융 기업 노동 공공 등 4대 부문의 개혁과제와 항목별 추진일정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참석해 개혁의 당위성을 역설, 집권 후반기를 앞두고 이완될 조짐을 보이는 사회 분위기에 쐐기를 박고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는 효과도 노렸다.

정부 대책의 골자는 △내년 2월까지 기업 금융부문의 잠재부실 처리 등 당면한 구조조정 현안을 1차로 마무리짓고 △내년말까지 시장경제 원리가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관행을 개선하며 △그 후 2003년까지는 중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4대부문 선진화를 계속 추진한다는 것.

그러나 금융권 재편 등 상당수 개혁과제의 이행시기가 현실적 한계 등을 이유로 슬그머니 늦춰져 개혁의 가속화를 바라는 시장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

이 때문에 정부가 개혁에 대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물은 신통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떤 과제가 늦춰지나〓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금융기관의 대형화 겸업화는 2단계 금융구조조정의 핵심사안. 정부는 추진시기를 내년 2월말로 정했지만 금융지주회사법의 국회 통과가 지연됨에 따라 목표를 달성할지 여부는 미지수.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법이 7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은행들의 경영정상화 계획에 대한 평가가 완료되는 10월경부터 금융지주회사로의 통합에 나설 방침이었는데 법통과 지연으로 차질이 생겼다”면서 “현재로서는 내년 2월을 맞추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진을 시장원리에 따라 교체하는 통로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는 올해 안에 적극 도입한다는 게 이헌재(李憲宰)전 경제팀의 구상이었지만 이번에 내년말까지의 과제로 늦춰졌다. 재경부측은 “M&A 시장의 틀을 올해 안에 만들면 본격적인 작동은 내년에나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지만 M&A 본격화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

올해 안에 추진키로 했던 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 등 도산 관련 3법의 통합작업도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착수 시기가 내년말로 바뀌었다.

▽개혁의 방향은 시장친화적〓이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4대 부문 개혁은 일단 시장의 힘을 키우는 ‘시장 친화적’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선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모범을 보이는 10대기업을 선정한다는 계획이 눈길을 끈다. 정부 차원에서 직접적 자금지원이나 세제혜택을 부여할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소액주주를 중시하는 합리적인 기업으로 인정받는 것만으로도 시장에서 유무형의 우대를 받게 되리라는 것이 정부측의 기대.

원리금 2000만원까지만 보장하는 예금부분보장제도를 내년부터 실시하되 자본의 급격한 이동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키로 한 것도 시장동향에 신경을 쓰는 경제팀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4대 부문 개혁 중 가장 미진한 것으로 평가받는 공공개혁은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주가하락 등의 이유로 공기업 민영화가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한전 포철 한중 등의 민영화를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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