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경제팀 현대해법 반응]전술변화냐? 후퇴냐?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31분


새 경제팀의 현대그룹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방식이 종전 경제팀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자 시장의 반응과 주문도 엇갈리게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새 경제팀 출범 초기이므로 좀더 지켜봐야 정부의 기본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지수 추가하락, 현대 탓인가〓8일 기술적 반등이 예상됐던 종합주가지수는 9포인트 이상 하락하면서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코스닥종합지수도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2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이에 대해 리젠트자산운용 이원기(李元基)사장은 “증시는 현대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고 있는데도 현대그룹 핵심인사는 북한을 방문하는 등 타결국면에서 멀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감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KTB자산운용 장인환(張寅煥)사장은 “현단계의 증시는 매수세력이 실종된 탓에 과매도 국면에 빠져들었다”며 “잇단 하락으로 기관투자가들의 손절매 물량이 나오면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술 변화인가, 잠정 휴전인가〓새 경제팀의 ‘시장 일임론’에 대해서는 현대그룹 구조조정의 기조를 유지하는 선에서 ‘다른 무기를 들고 나온 것’이라는 해석과 ‘시간 여유를 주는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렸다.

리젠트자산운용 이사장은 “새 경제팀이 구조조정을 시장에 맡긴다는 말의 이면에는 무서운 칼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금융기관들을 독려해 부실한 현대 계열사를 연명시켜주던 역할을 포기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 대우증권 신성호(申性浩)투자전략부장도 “정부가 나서서 현대그룹을 상대하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새 경제팀의 발언은 전술 변화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KTB자산운용 장사장은 “정부는 그동안 현대그룹을 줄곧 낭떠러지로 밀어붙이면서 양보를 받아내는 전술을 써왔다”며 “새 경제팀은 현대그룹에 퇴로를 터주기 위한 ‘시간 주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구조조정 주체는〓채권단과 해당 기업이 전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론이 없다. 그렇지만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직접 앞장서 구조조정을 밀어붙여 왔다.

리젠트자산운용 이사장은 “원론적인 구조조정 추진방식은 지금까지 한번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채권단이 독자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정부의 ‘구조조정 완수론’을 강조했다.

KTB자산운용 장사장은 “많은 투자자들은 현대사태가 해결된다고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우세하다”며 “은행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현대의 체면을 살려주는 돌파구도 마련해주는 게 적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떤 구조조정 방식을 택하든 현대사태가 해결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시장이 감내해야 할 비용이 너무 커 자칫 공멸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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