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종목 초강세, 연일 무더기 상한가

  • 입력 2000년 8월 3일 18시 28분


이렇다 할 주도주가 없는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이 다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조정국면에선 주가가 오를 만한 재료를 갖고 있는 개별종목 장세가 이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에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졸업 등의 호재가 가세한 것이 특징.

증권 전문가들은 그러나 “뒤늦게 관리종목에 관심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며 추격매수 자제를 권하고 있다.

▽관리종목 전성시대〓지난달 20일이후 하루평균 5개를 넘지 못했던 거래소시장 관리종목 상한가 개수는 25일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1일 46개 전체 상한가종목 중 27개(59%), 2일엔 43개 상한가종목 중 28개(65%)가 관리종목에서 나왔다. 급기야 3일에는 46개 관리종목이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달 26일이후 28개 관리종목 중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종목이 10개를 넘어서는 날이 잦아졌다. 2일에는 18개, 3일엔 14개나 상한가를 쳤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놓고 “호랑이(대형주)없는 굴에서 토끼(관리종목)가 왕노릇을 하는 격”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유있는 강세(?)〓개별종목 장세라는 시장분위기에 일부 종목이 워크아웃 및 화의절차 종료, 자본잠식 탈피 등으로 관리종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더해져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

코스닥에선 1일자로 관리종목을 탈피한 부산벤처(옛 부산창투)가 불을 지폈다. 자본 전액잠식에서 벗어난 것. 부산벤처 주가는 지난달 25일 4900원이던 주가가 지난 2일 9540원까지 올랐다.

코스닥 ‘신흥 대장주’ 바른손도 관리종목 장세를 이끈 장본인. 동양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은 “바른손처럼 인수비용이 적은 회사를 사들인 뒤 기업을 뜯어고쳐 주가를 높이는 ‘A&D(인수후 개발)’전략이 몇 차례 먹히면서 A&D 후보로 꼽히는 종목들이 실상에 관계없이 뛰어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종목은 공교롭게도 3일 하한가로 급락했다.

▽막차타면 상투〓동양증권 서팀장은 “A&D후보로 거론돼 이미 주가가 꽤 오른 종목들은 인수비용이 크게 늘어나 절대로 A&D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뒤늦게 미련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흔히 잡주(雜株)로 불리는 관리종목 중에는 근거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도 많아 정보력이 달리는 개인들이 잘못 들어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서팀장은 강조했다. 삼성증권 정현 연구위원도 “시장체력이 극히 약한 상황에서 관리종목에 매기(買氣)가 집중돼 실적이 호전된 ‘건전한’ 종목이 각광받지 못하는 것도 부작용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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