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전 회장, 귀국시기에 관심

  • 입력 2000년 7월 30일 20시 25분


“MH는 언제 돌아오나.”

지금 국내에는 정몽헌(鄭夢憲·MH)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빚 보증을 둘러싼 현대중공업과 전자의 분쟁, 현대자동차의 계열 분리,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 등 현대는 중대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MH는 이들 현안을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당사자.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도 현대차 계열분리와 관련해 MH에게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당초 주말인 29, 30일경에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던 MH는 다음달초까지 일본에 머물 예정이다. 현대측은 “일본 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일부러 귀국을 늦추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MH의 귀국이 미뤄지면서 현대전자와 현대중공업, 현대증권간에 벌어진 빚보증 다툼은 일단 소강 국면에 진입했다. MH가 없는 상태에서 구조조정본부의 중재 역할이라는 게 어차피 한계가 있는 데다 소송의 대상인 현대전자와 증권에서 변호인을 선임, 일단 법정 소송이 불가피한 상태다.

MH가 귀국해서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계열사 분쟁 과정에서 다시금 도마위에 오른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 회장의 거취 문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현대 내외에서 MH가 이회장과 차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MH의 지휘를 받고 있는 현대 구조조정본부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의 빚보증 분쟁에서 ‘원인 제공자’로 지목돼 핀치에 몰린 이회장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단지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원론 수준의 대응만 보였을 뿐이다. 구조조정본부에서 총력으로 나서 ‘이회장 옹호전’을 펼치던 5월 현대투신 사태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정부와 채권단이 유동성 지원을 대가로 가신(家臣) 그룹의 청산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MH가 계속해서 이회장을 끌어안고 있을 수는 없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이회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등 정부내에선 ‘반(反)이익치’ 정서가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MH의 동생인 정몽준(鄭夢準)의원의 영향력이 큰 현대중공업에선 소장에 이회장의 이름을 올려놓기까지 했다.

MH와 이익치, 두 사람은 다음달 7일 함께 방북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둘 사이에 과연 어떤 얘기가 오고갈 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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