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 초단기화 …2개월 미만짜리 넉달새 2배로 증가

  • 입력 2000년 7월 28일 18시 33분


기업의 단기자금 조달원인 기업어음(CP)이 초단기화하고 있다.

2개월 미만의 단기 CP는 지난해 3월말 전체의 19.8%에 불과했으나 7월말 현재 42%로 2배 이상 늘었다. 한국은행에선 91일짜리 CP의 유통수익률만을 집계하고 있으나 사실상 대표주자 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상태다.

한국은행 자금시장팀의 담당자는 CP의 주 고객 인 투신사와 은행신탁에서 급격히 자금이 빠지며 자금부족에 시달리자 상환에 대비, 단기로 운용하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3월말 현대의 왕자의 난 이후 불거진 신용위기 도 단기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신용이 좋지 않은 A3급 중견기업의 경우 차환발행이 되지 않기 때문에 3개월 짜리로 길게 운용하고 싶지만 시장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게다가 신용등급 A1인 우량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언제든 차환발행되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2주 또는 길어야 한달 짜리로 짧게 운용해 자금 조달비용을 낮추고 있다. 현재 2주짜리 CP 할인금리가 약 5.7%이므로 3개월 이상의 7.2%를 감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

SK증권의 채권팀 담당자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CP는 대부분이 2주일, 길어야 1개월짜리 라며 우량회사의 경우 3개월 이상은 아예 발행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CP시장은 아예 2개월 미만이 주도 하고 3개월 이상 CP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올 4월 이후 2개월 미만 CP의 비중은 매달 32.6%→34.4%→36.4%→42.0% 등의 증가세지만 3∼6개월 미만의 CP는 같은 기간 41.0%→40.0%→37.9%→32.7% 등으로 줄고 있다. 특히 9개월∼1년 미만의 장기 CP도 지난해말 전체의 12.6%였으나 7월말 현재 6.1%에 불과하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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