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정보통신,합병앞두고 주가끌어올리기 고심

  • 입력 2000년 7월 26일 18시 50분


요즈음 LG는 주가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기업의 운명이 주가 향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단은 전자와 정보통신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정보산업의 선두 주자를 자임하는 LG는 전자와 정보통신을 합쳐 매머드 기업을 만들기로 한 바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또 한 차례 도약을 하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소액주주들의 반대였다. 정보통신은 주주의 45%가 합병에 반대했다. 이들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것이 주어져 있다. 주식을 팔겠다고 나서면 회사측이 사주어야 한다. 이들 소액주주가 과연 얼마만큼의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합병에 반대한 주주 전원이 매수하라고 나서면 LG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LG 정보통신 주가는 26일 종가 기준으로 6만2600원이다. 이 시세대로라면 매수청구권이 전량 행사될 경우 LG로서는 무려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주주들에게 내주어야 한다. 출범 초기에 거금을 지출하면 유동성 관리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LG 입장에서는 증권시장에서 주가가 올라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세를 탄다면 소액주주들 중에서 매수청구권행사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의 매수청구권 가격은 6만9902원이다. 시장가격보다 7000원 가량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매수청구가 러시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증권거래소보다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면 팔아버리는 게 나을 수 있다.

반대로 시장가격이 매수청구 가격보다 높아진다면 굳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이유가 사라진다. 전자의 경우에는 현재의 주가와 매수청구가격(3만740원)의 차이가 별로 없어 매수 청구권 행사가 거의 없을 것으로 LG측은 보고 있다.

매수 청구 기한은 8월 9일. 소액주주들은 마지막까지 시세를 보아가며 결단을 내릴 것이다.

LG는 LG정보통신 주주들이 대거 매수를 청구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기업설명회를 준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주주들의 매수청구권 행사를 줄이기 위해 8월9일 이전에 주가를 올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LG의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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