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현대건설 자구案 실행할 시간줘야"

  • 입력 2000년 7월 25일 18시 36분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제2금융권과 다른 시중은행들이 현대건설에 만기도래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만기연장을 한꺼번에 거부할 경우 현대건설이 배겨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자구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시간만 준다면 건설의 현금흐름을 감안할 때 유동성 문제는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이다.

현대건설이 21일 이후 만기도래하는 은행대출금 회사채 CP 등 국내 차입금의 규모는 1조5647억원으로 이중 6565억원 정도가 만기연장이 가능하고 9082억원을 순상환해야 하는 실정이다. 당장 8월에만 3500억원의 자금이 돌아온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동안 롤오버(만기연장)를 순조롭게 해오다가 일시에 회수하게 되면 배겨날 재간이 없다”며 “특히 24일 한국기업평가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이번 사태를 현대그룹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이와 함께 금융권이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과 CP가 일단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특히 제2금융권 같은 경우 내부 규정상 만기연장을 해줄 수 없다는 점이 최대의 고민거리.

외환은행 이연수(李沿洙)부행장은 “결국 현대그룹이 약속한 자구계획을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빠른 시일 내에 보여주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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