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삼성중 엔진제조회사(HSD)경영권 다툼

  • 입력 2000년 7월 24일 19시 22분


지난해 12월 한국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공동으로 설립한 선박용 엔진제조 회사인 ㈜HSD가 경영권 다툼에 휘말려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동 설립자인 한중과 삼성중측은 HDS 경영에 대해 7월 한달간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정면으로 맞서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한중은 삼성중이 5일 법원에서 받아낸 HDS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결정에 대해 한중측이 낸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본안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양사가 지난해 12월 자본금 55억원에 한중 60:삼성중 40의 지분으로 독립법인인 HDS를 출범시켰을 때만 해도 출발은 순조로왔다.

문제의 발단은 대우중공업의 17% 지분 참여에 따른 양사의 경영 주도권 다툼.

한중과 삼성중은 산업자원부의 제안으로 당초 지분에서 각각 9%와 8%의 지분을 떼내 대우측에 넘긴 뒤 한중 삼성 대우의 지분 배율을 51:32:17로 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중은 이럴 경우 한중과 대우가 연합할 경우 경영에 대한 견제권을 잃기 때문에 HDS의 정관을 변경, 경영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요건을 출석 주식수의 85%로 높이자고 주장했다.

삼성중은 지난달 열린 HDS 임시주총에서 이같은 주장이 반영되지 않고 자본금 증자 및 실권처리안만 통과되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중은 이에 대해 상법상 특별결의 요건은 주식수의 3분의 2이상이며 삼성중의 85% 주장은 최대 주주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삼성측이 최대주주와 동등한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뜻 이라며 주총의 의결이 유효하다는 소송을 내겠다는 것.

한중과 삼성중 갈등의 이면에는 대우에 대한 미묘한 시각차가 깔려있다. 한중은 대우의 지분 참여가 HSD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도 삼성중이 경쟁사인 대우의 지분 참여를 제약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중은 HDS 설립 이전부터 대우조선에 엔진을 공급하던 한중이 경영권 전횡을 노리며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 고 반박한다.

이같은 공방전은 사장 선임 문제에 대해서도 이어졌다. 한중은 주주사간에 협의해 한중이 지명한다는 입장. 반면 삼성중은 주주사간 합의된 인사를 한중이 지명하되 합의가 안될 경우 공모를 통해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선발하자고 주장한다.

양사의 경영권 다툼으로 설립 7개월째인 HDS는 국내외 선박건조 산업의 호황으로 2년치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도 설비투자비와 운영자금이 부족해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지리한 법정공방을 지켜본 뒤 사태를 해결하다가는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며 합리적 중재안이 빨리 나와야한다 고 지적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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