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구조조정]공적자금 투입銀도 자구안 신뢰땐 독자생존 가능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43분


노정협상 타결로 정부의 향후 은행구조조정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우선 금융지주회사 자회사로 편입되기로 했던 공적자금 투입은행 중 독자생존 은행이 나오게 됐다. 부실은행의 경우에도 향후 정상화계획 및 자구계획만 뚜렷하다면 정부가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될 금융지주회사 아래 묶어 살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전에 ‘선(先) 금융지주회사 편입, 후(後)합병’의 구도에서 먼저 부실을 정부가 깨끗이 정리해준 뒤 묶는 방식으로 궤도수정을 했다. 정부의 뜻에만 따른다면 강제퇴출 은행은 사실상 없게 된 것이다. 대신 국민은 또다시 엄청난 혈세를 부실은행에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독자생존 걷는 공적자금 투입은행〓한빛 조흥 서울은행 등 정부가 직접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 중 일부는 독자생존이 가능해진다. 조건은 앞으로 구성될 8인 평가단이 향후 경영정상화 계획이 타당하다는 인정을 해야 한다. 평가단의 평가가 상당히 엄격할 것으로 예상돼 3개 은행 중 1개 은행 정도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계획에 따라 정상화의 길을 밟게 될 전망이다. 이는 금융노조가 요구해온 ‘금융지주회사의 유보’의 결실을 일정 부분 획득한 셈이다.

▽정부 추가 공적자금 투입한다〓금융지주회사 방식의 2차 구조조정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부실은행을 지주회사 아래로 묶어본들 무슨 시너지효과가 있겠느냐”는 비판을 계속해왔다. 이는 금융지주회사 아래 묶여 강제합병 당할 가능성이 있는 은행쪽에서도 ‘자기변호 논리’로 꾸준히 제기됐던 것. 정부는 이같은 비판을 받아들여 부실은행을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10% 이상의 클린뱅크를 만든 뒤 금융지주회사로 묶기로 결정한 것. 단 철저한 자구노력과 책임분담이란 전제가 따라붙는다.

또 이들 은행을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하더라도 강제합병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부는 분명히 했다. 자구노력으로 남아있으려면 남아있고 합치려면 합치라는 것.

정부는 자구노력과정에서 조직 및 인력감축 등은 노사간 단체협상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인력 및 조직감축 없이는 자구노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주회사 아래 묶이는 은행의 감원 및 조직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공적자금 투입은행의 한 은행장은 “정부는 금융지주회사 아래 들어온 뒤 정상화만 되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얘기처럼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위 관계자는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은행이 ‘지주회사 편입’을 거부할 경우 적기 시정조치에 의해 퇴출될 것”이라며 “그냥 공적자금을 투입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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