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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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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부실기업의 매각을 위한 입찰이나 계약 체결이 이뤄진 다음에야 기업결합 심사가 이뤄졌던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사전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부실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경쟁제한성 여부에 대해 사전 검토를 강화하기로 하고 이를 채권단에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공정위는 최근 한국산업은행 등 8개 주요 채권금융기관 회의를 열어 부실기업 매각 관련 기업결합 심사방향에 대해 협의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방침은 97년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쟁제한적 M&A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
96, 97년만 해도 매년 1건에 그쳤던 경쟁제한적 M&A는 98년엔 4건, 작년에는 5건의 기업결합이 경쟁제한성이 있다는 이유로 시정 또는 예외적 허용 판정을 받았다.
기업들은 경쟁제한성이 있는 경우 기업결합 심사를 미뤄 뒤늦게 심사과정에서 경쟁제한 판정을 받는 경우 기업 매각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롯데음료 컨소시엄의 해태음료 인수 과정에서 사실상 매각이 완료된 이후 기업결합 심사에 들어가 매각 절차가 몇 달씩 늦어지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실기업 매각 절차가 한창 진행중이거나 끝난 뒤에 기업결합을 금지할 경우 재입찰에 따른 시간과 비용의 낭비, 부실기업의 회생 지연 등 문제점이 많아 매각 전에 입찰 참여기업과의 기업결합 허용 여부를 심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입찰 참여기업 또는 채권금융기관이 심사를 신청하도록 하고 심사결과는 최단 시일 안에 통보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독과점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이 사전심사를 받지 않았을 경우 사후 심사에서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전심사를 받는 것이 채권단과 입찰기업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파산기업의 채권단이 입찰 참여 기업에 경쟁당국에 대한 사전신고를 권유하고 입찰 참가자들도 이를 따르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명문규정은 없으나 입찰 참여 전에 경쟁기관과 협의하고 문제점이 나타나면 스스로 입찰을 포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