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위기설 장난아니다…무더기 부도가능성

  • 입력 2000년 7월 6일 19시 26분


국내 제조업체의 절반 가량이 영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흐름이 최악의 상황인데다 회사채 만기는 7∼8월에 집중돼 있어 기업들이 무더기로 도산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금융권의 전면파업 움직임은 만기연장 등으로 근근히 연명하고 있는 중견기업의 자금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제조업체 절반이 헛장사=본지가 단독입수한 모 민간경제연구소의 기업부도 가능성진단 자료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이 연구소가 99년 12월결산 58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이자보상배율은 평균 0.567배에 불과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지급이자로 나눈 것으로 이 비율이 1배를 밑돈다는 것은 이자를 갚기 위해 새로 돈을 꾸거나 유가증권이나 건물 등을 매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이 파산하지 않고 영업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많아야 한다. 그런데도 국내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제대로 갚지못했다.

조사대상업체중 절반가량인 287개사(49%)는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었으며 특히 영업이익이 적자여서 이자보상배율이 0 이하로 떨어진 업체만 113개사,19.3%에 달했다.

이런 업체들은 자금경색이 심화될 경우 곧바로 부도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연구소측은 우려했다. 연구소측은 지난해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금리 및 환율하락에 따른 영업외이익이 급증하면서 이자를 갚아나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올해는 이같은 영업외적인 프리미엄 이 사라졌다 고 강조했다.

▽회사채만기 7∼8월에 집중=올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총 25조6300억원가량. 이중 7∼8월 만기물량이 7조8400억여원으로 전체의 30%를 웃돌고 있으며 이 가운데 차환발행(만기연장)이 사실상 힘든 투자부적격등급(BB+ 이하)물량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부적격등급 채권은 대기업 발행분이 33.4%,중소기업은 54.2%를 차지해 중소기업이 자금압박에 노출될 확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단기자금조달 창구인 기업어음(CP)의 경우에도 조사대상 241개업체중 81개사(33.6%)가 투자부적격등급으로 발행조차 불가능해 심각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4대그룹중 현대그룹의 회사채 만기물량이 4조원정도로 가장 많다며 그러나 현대그룹도 현대중공업 등 일부 우량계열사를 제외하고는 차환발행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채펀드가 매입을 개시해 중견기업의 자금부담이 일부 경감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생색내는 정도에 그칠 것 이라며 트리플 B급 이하 회사채는 여전히 시장에서 냉대받고 있다 고 덧붙였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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