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로 가는 車’ 곧 양산 …BMW 실험

  • 입력 2000년 7월 3일 19시 10분


지난달 20일 환경을 주제로 독일 하노버에서 열렸던 ‘2000 월드 엑스포’ 전시장. 따가운 햇살을 뚫고 연한 하늘색 BMW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차 옆에는 물결 무늬를 배경으로 ‘클린 에너지’라는 로고가 선명하게 붙어 있다. 독일 자동차업체 BMW가 홍보용으로 제작한 수소연료 차량 ‘750hL’이었다.

▽매연 대신 수증기가〓휘발유나 경유와 달리 수소는 태워도 유해한 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미래의 에너지로 불린다. 수소연료 차량은 대기 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무공해 차량’인 셈이다.

750hL의 시동을 걸자 엔진 소리만 들릴 뿐 배기구에선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배기구에 거울을 가져다 대자 눈에 보일 듯 말 듯 조그만 물방울이 맺히는 게 보였다. 수소가 타면서 발생한 물방울이었다.

750hL의 성능은 일반 승용차와 차이가 없다.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9.6초, 최고시속은 226㎞. 독일 내에서 BMW가 운행중인 수소연료 차량은 총 15대. 뮌헨공항 등 4곳에 액체수소 충전소가 설치됐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20년간 수소연료 차량 개발에 주력, 이제 양산 단계에 이른 BMW의 고민은 충전소 문제. 연료를 채울 충전소가 근처에 없으면 차가 안 팔릴 게 당연하다. BMW측은 초기에는 운전자가 휘발유와 수소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을 계획이다.

BMW의 클린 에너지 프로젝트에는 유럽 지역에 대규모 주유소망을 갖고 있는 정유업체인 아랄과 셸이 참여하고 있다. BMW와 이들 정유업체간의 딜레마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것. 자동차업체 입장에선 “충전소망이 없으면 차가 안 팔린다”고 말하고 정유회사에선 “차가 없는데 어떻게 충전소를 세우느냐”고 맞서고 있다.

▽정부 역할이 중요〓LPG 차량이 세제 혜택과 싼 연료비로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무공해 차량인 수소연료 차량의 보급에도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나 경유에 세금을 매겨 현재 휘발유에 비해 2배나 비싼 액체수소의 가격을 낮추면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독일 연방정부는 앞으로 10년내 수천대에 불과할 수소연료 차량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응. 그러나 BMW측은 녹색당이 집권 연정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클린 에너지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BMW의 더크 홀베그는 “내년에 수소 차량을 알리기 위한 전세계 투어를 계획하고 있지만 수소 차량에 대한 법규조차 없는 국가가 대부분이라 입국 자체가 허가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노버〓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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