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逆분리안' 전격제출…공정위와 정면충돌

입력 2000-07-01 01:59수정 2009-09-22 14:2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현대의 행보가 어지럽다.

2000년 6월말까지는 반드시 자동차를 떼어내어 계열분리하겠다는 약속을 끝내 저버렸다. 오너의 실질퇴진을 평가하는 잣대로 부각된 정주영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정리 거부는 한달 전 경영퇴진의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켜 버렸다.

▽역분리안으로 정부에 도전장 〓자동차 계열을 분리하려면 9.1%에 달하는 정전명예회장의 지분이 3.0%이하로 낮아져야 한다는 게 정부의 공식유권 해석이다.

현대는 사유재산 불가침논리를 내세워 반대했다. 그 대신 역분리안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현대에서 자동차를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에서 현대를 떼어내겠다는 발상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대해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고 밝혔다. 현대는 이 의견을 묵살해버렸다. 뻔히 거절될 줄 알면서 역분리안을 냈다. 겉으로는 계열분리 약속을 이행했다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속으로는 공정위의 요구를 정면으로 무시한 셈이다.

▽정부의 대응=공은 정부로 넘어왔다. 이번에 현대에 밀리면 앞으로 산업정책을 펼쳐나가는 데 에로가 많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여신규제다. 외환은행과의 재무개선협약에 따르면 계열분리를 지연시킬 때에는 대출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정부는 이 협약을 토대로 현대를 압박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신규제가 현대부도로 연결되면 국가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계열분리시한이 지났음에도 아직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일부 계열사에 대해서는 오히려 여신을 늘려주었다.

▽현대 왜 이러나=정부와의 힘겨루기에서 명분을 얻기 위한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과의 약속'에 따라 시한인 30일까지 최선의 안을 어렵사리 만들어냈는데 공정위가 이를 거부해 계열분리가 불가능해졌다는 모양새를 연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 관계자가 이날 공정위가 즉각 신청서를 반려하자마자 "계열분리가 안된 것은 순전히 공정위 책임"이라고 성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타협의 가능성=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비난 여론에 몰린 현대로서는 스스로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 내부적으로는 계열분리를 확정해놓고 협상과정에서 하나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역분리카드를 사요했다고 보는 전문가도 없지 않다. 자동차의 정 전 명예회장의 지분 매각을 최대한 미루거나 주식은 보유하되 의결권 행사를 스스로 포기하는 안 등이 막후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병기·이나연기자>eye@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