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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22일 1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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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역흑자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120억달러의 올해 무역흑자 목표를 축소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이 된 것은 22일 산업자원부의 청와대에 대한 ‘무역수지 관련 대책’ 보고. 김영호(金泳鎬)산자부장관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흑자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올해 무역흑자 120억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장관은 산자부로 돌아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라면 올해 흑자는 100억달러 정도 될 것이라고 본다”고 구체적인 전망수치까지 제시했다.
김장관은 “올해 흑자가 50억달러 이하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흑자가 120억 달러냐, 100억 달러 정도가 되느냐는 건 우리 경제 규모에 비춰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무역의 주무를 맡고 있는 산자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120억달러가 아닌 다른 숫자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보면 공식적인 흑자 목표의 축소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같은 태도 변화는 무엇보다 고유가로 에너지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 1∼4월중 에너지 수입은 124억달러로 작년보다 65억달러나 증가했다. 여기에 전망치를 웃도는 경제성장으로 예상보다 30억달러 이상의 추가 수입유발 효과가 발생했으며 정보기술(IT)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전자부품 등의 수입도 급증세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수출은 전망치(1600억달러)대로 나오겠지만 수입(1480억달러 전망)이 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김장관과 산자부측은 이같은 ‘목표치 수정’ 해석에 대해 “무역수지 목표를 공식적으로 수정한 적은 없으며 수정하더라도 5, 6월의 무역수지를 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목표치 자체를 하향조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장관은 “120억달러 흑자는 당초 목표라기보다는 전망이었다. 전망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도 “5월 이후 수출 전망이 밝은 편이고 에너지 절감 대책이 효과를 본다면 무역흑자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6억5000만달러로 올들어 가장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같은 기간 20억달러 가량 적자였던 것에 비교하면 이달에는 10억달러 가량의 흑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올 1∼4월중 누적 흑자 7억7000만달러보다도 많은 규모. 이런 수준을 하반기 내내 유지한다면 120억달러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기대다.
올들어 무역전선이 불투명하면서 계속 불거지고 있는 ‘120억달러’ 논란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