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부실 감독책임자 문책하라

  • 입력 2000년 5월 11일 19시 29분


그냥 내버려두면 경영파탄에 이르러 금융시장을 위기로 몰아넣고 더 나아가 나라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 우려마저 있는 부실 금융기관이 널려 있다. 준(準)정부산하 연구기관인 금융연구원은 이들 금융기관을 구조조정해 정상화시키려면 올해 안에 42조원의 공적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정부측에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의 관리 아래 공적자금을 운용중인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자체 조달할 수 있는 규모는 8조2000억원에 불과해 나머지 33조8000억원은 추가조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 등 정부의 실무책임자들이 참으로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해왔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들은 4·13 총선 전 민간연구소 등이 ‘3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 추가조성이 필요하니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절대로 더 필요없다’고 단언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사용된 공적자금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 조성한 64조원에 그치지 않고 정부보유 주식 등 22조원을 합쳐 86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도 금융기관 부실채권은 작년말 현재 44조5000억원으로 1차 구조조정 당시인 1998년 상반기의 32조9000억원보다 12조원 가까이 늘었다. 또한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추가적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상황이다.

도대체 정부가 공적자금을 어떻게 운용하고, 자금을 넣은 금융기관들을 어떻게 관리 감독해왔기에 이 지경인가. 오죽하면 정부산하 경제연구기관의 대표격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금융기관 부실확대를 방치한 감독당국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을 거론하고 나설까.

1년치 일반회계 예산에 육박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금융 구조조정이 표류하는데 대해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부터 자책(自責)의 뜻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면서 실무당국자들의 잘잘못을 분명히 따져 문책할 사람은 문책하고, 보다 유능하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책임감이 투철해 시장의 신뢰를 얻을만한 금융정책팀을 새로 짜기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새 금융정책팀이 조속히 들어서서 민간전문가들과 함께 그간의 금융 구조조정 및 공적자금 운용의 실상과 이에 내재한 문제점들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공적자금 추가조성에 대해 이를 부담할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서 국회의 동의를 얻어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금의 금융상황은 미봉적 편법적 대응으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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