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은 9일 현금흐름 분석을 통해 122개 12월결산 코스닥 벤처기업의 지난해 실적을 평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조사결과 최근 2년연속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이 흑자이고 흑자폭이 늘어난 회사는 이지바이오시스템 케이알 등 34개사로 전체의 28%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흐름이란〓기업의 영업 투자 재무활동 등으로 인해 일정기간 들어오고 나가는 현금의 흐름. 사유에 따라 영업·투자·재무현금흐름으로 나눠 파악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현금흐름.
영업현금흐름은 기업의 고유활동인 제품의 판매, 원재료 및 상품 등의 구입에 따른 현금 유출입 상황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보다 해당기업의 영업활동과 관련된 이익의 질적 측면을 더 잘 나타낸다고 평가받는다.
▽영업현금흐름 악화〓지난해 코스닥 122개 벤처기업의 영업현금흐름은 98년대비 17% 감소한 118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98년에 비해 200% 증가한 3654억원이었지만 실제로 회사에 들어온 현금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 것.
이는 당기순이익의 많은 부분이 유가증권 및 투자자산 평가이익 등 현금유입이 없는 것이었고, 아직 돈이 들어오지 않은 채권이나 지출하지 않은 채무 등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
반면 증자 및 사채발행 등 재무활동에 따른 현금 순유입이 98년 2324억원에서 작년에는 1조5105억원으로 급증, 지난해 말 현금은 작년초에 비해 14배나 늘어난 3916억원에 달했다. 한 마디로 밑지는 장사를 돈놀이에서 만회한 셈.
▽기업별 영업현금흐름〓사료첨가제 생산업체인 이지바이오시스템은 부가가치가 높은 생명공학제품 판매가 호조를 띠면서 98년 1500만원에 불과했던 영업현금흐름이 작년에는 59억4000만원으로 400배 가까이 늘어났다.
케이알이 3315%의 증가율로 2위를 차지했고 텔슨전자 케이엠더블유 프로칩스 제룡산업 터보테크 파세코 등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시공테크 에이스테크놀로지 한글과컴퓨터 등은 영업현금흐름이 큰 폭 흑자로 돌아선 기업들.
반면 골드뱅크 로커스 세원텔레콤 등 21개 업체는 2년연속 영업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했다. 골드뱅크는 인터넷광고시장 확대로 인한 매출증가에도 불구하고 광고선전비 및 네트워크 구축비용이 크게 늘어나 부진에서 적자폭이 10배이상 커졌다.
▽시사점 및 투자유망종목〓현금흐름, 특히 영업현금흐름은 불황국면에서 더욱 유용한 지표. 실제로 금융시장 경색으로 부도기업이 속출한 97년 하반기 이후 도산한 회사의 대부분은 2∼3년간 현금흐름이 적자인 곳이었다.
한양증권 유영국 애널리스트는 “영업현금흐름이 98년에 비해 악화됐다는 것은 상당수의 코스닥 벤처기업들이 외부환경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수익을 낼 만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영업현금흐름 흑자폭이 늘어나고 있거나 주가대비 현금흐름비율(PCR)이 낮은 기업이 투자대상으로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