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ADB가입추진]국제금융계 첫발…경협재원 마련 숨통

  • 입력 2000년 5월 7일 21시 26분


북한의 아시아개발은행(ADB) 가입문제가 급부상한 것은 남북한 모두 경제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라는 점을 절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북경협 재원 조달과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현안을 해결하려면 국제기구를 발판으로 서구국가들의 대북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는데 대해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셈.

북한이 ADB에 가입하면 북한이 국제금융계에 첫 발을 내딛는 의미를 갖지만 혜택 못지않게 국제기구 가입에 따라 져야할 부담도 만만치않아 최종가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않을 전망이다.

▽경협재원 마련에 숨통〓회원국이 되면 ADB로부터 자금과 기술지원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 우선 역내 저소득국가의 경제개발을 위해 지원되는 아시아개발기금(ADF)을 연 1∼1.5%, 만기 24∼32년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빌려쓸 수 있다.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이 기조연설에서 ADF 재원의 분담금을 좀더 많이 낼 뜻을밝힌 것도 총재원이 221억달러에 이르는 이 기금이 북한개발에 원활히 쓰여질 수 있도록 미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

북한 입장에서는 선진기술 습득과 다른 국제기구 가입 등 또다른 실익을 기대할 수 있다.

ADB를 대화창구로 삼아 국제통화기금(IMF) 등 다른 국제기구로부터 돈을 끌어쓰는데도 유리하다.

▽어떻게 가입하나〓ADB에 가입하려면 유엔(산하기관 포함)이나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 회원국으로서 전체 ADB 회원국의 3분의 2이상(총투표권의 4분의 3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가입의사를 표한 후 총재와 이사회가 검토, 허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질 경우 총회에서 투표로 최종 결정한다. 신청에서 정식 가입까지 걸리는 기간은 통상 3년이지만 회원국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예외적으로’ 1년 이내에도 가능하다는 게 ADB측의 설명이다.

ADB의 전반적인 기류도 동아시아 지역의 유일한 비회원국인 북한의 가입에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실무적인 절차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결 과제〓신명호(申明浩) ADB 부총재는 “발언권이 가장 강한 미국과 일본도 북한의 ADB 가입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미국과 일본은 자국내 정치적 부담이 적은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간 지원을 선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ADB 가입으로 누릴 수 있는 유무형의 이익이 크지만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당사자인 북한의 태도다.

문제는 북한이 ADB의 자금을 쓸 경우 경제성장률 등 거시정책과 관련된 ADB와의 협의를 정례화해야 하고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통계를 작성할 때 국제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는 점. 경제운용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90년대 중반경 가입의사를 밝히고도 선뜻 작업을 진척시키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북한의 ADB 가입은 국제기구 진출에 따른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는 복잡한 계산을 거쳐 결정될 공산이 큰 것으로 국제금융계는 보고 있다.

<치앙마이(태국)〓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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