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펀드 부진 환율대책 삐끗…목표 20~30%판매 그쳐

  • 입력 2000년 4월 3일 19시 22분


정부가 지난달 초 원화가치의 지나친 상승(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출범시킨 글로벌펀드(해외투자펀드)의 판매가 극도로 부진해 정부를 당혹해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하반기 출범시킬 계획인 해외투자공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는 등 정부의 환율대책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부진한 글로벌펀드〓지난달 초 13억달러 규모로 해외투자펀드 판매에 들어간 7개 투신사중 지금까지 실제 해외펀드를 설정한 투신사는 한국투신 1개사뿐. 한국투신은 27일 650억원 규모의 해외투자펀드를 설정했으나 이것도 당초 계획의 4분의 1에 불과한 실적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자금모집에 들어간 다른 투신(투신운용사)들은 대부분 목표액의 20∼30% 밖에 자금을 모으지 못한 상태. 일부 투신사들은 지난달말로 끝난 모집기간을 이달 중순으로 연장하는 등 자금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생명투신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원화가치가 계속 상승하고 있고 국내외 금리차가 3∼4%에 달해 투자자들이 해외자산에 투자할 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실적은 저조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시장에서 해외자산 투자목적으로 달러를 빨아들여 원-달러환율을 끌어올리려는 정부의 정책의도는 사실상 무산위기에 놓였다.

▽해외투자공사도 실효성 의문〓정부는 글로벌펀드와 함께 10월경 외국환평형기금과 각 은행의 신탁계정 및 공공연기금의 운용자산을 바탕으로 200억원 규모의 해외투자공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원화강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해외자산 투자의 리스크를 우려한 일부 금융기관이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제대로 출범할지 미지수.특히 외환보유고를 관리하는 한국은행은 정부 자산을 투자위험도가 높은 해외자산에 투자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외환보유고를 계속 확충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이며 최소한 외환보유고가 1000억 달러는 넘어야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라며 “환율대책이긴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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