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타이거펀드 몰락…한국證市 "유탄 맞을라"

  • 입력 2000년 3월 30일 20시 44분


미국의 초대형 헷지펀드인 타이거펀드가 금명간 청산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증시의 영향권내에 있는 국내 증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증권전문가들은 일단 “타이거펀드가 투자중인 한국물 비중이 극히 적어 물량청산에 따른 부담은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 그러나 타이거펀드 청산으로 미국증시가 약세를 보일 경우 미국 증시패턴을 그대로 답습하는 국내 증시 구조상 ‘소나기’를 쉽게 피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타이거펀드가 보유중인 한국주식은?〓타이거펀드에 편입돼있는 한국주식 비중은 사실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풍문을 토대로 추정만 할 뿐이다.

증권가에선 타이거펀드가 지금까지 손댄 주식으로 삼성전자 SK텔레콤 삼성화재 LG화재 포철 등 5개 종목으로 압축하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주는 지난해 10월 SK그룹측과 증자문제로 충돌을 빚은후 SK상사에 10%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으며 포철 현대전자 LG화재 등도 최근 상당량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한때 50만주에 달하는 물량을 올들어 상당폭 줄이면서 최근엔 10만주 가량 남아있는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

▽삼성전자 주가하락은?〓30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40만원대를 눈앞에 두고 하락세로 반전했다. 이에 대해 타이거펀드가 던진 매물로 주가가 하락하는게 아니냐는 풍문이 개장초 장중에 퍼졌다.

그러나 ING베어링증권 이길영이사는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매물과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의 하락세 반전에 따른 동반 약세로 보는게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이병익운용본부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타이거펀드의 청산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타이거펀드의 급매물을 예상하고 먼저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타이거펀드가 보유중인 10만주(29일 종가기준으로 383억원규모)를 처분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최근 하루 거래량이 150만주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물량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증권가의 시각. 최근 반도체 업황개선에 따른 삼성전자의 투자가치도 반감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증시의 반응이 관건〓정작 우려되는 문제는 미국 증시가 타이거펀드 청산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냐는 점. 미국증시에선 29일 오후 2시반경(미국시간) 타이거펀드 청산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우지수의 상승폭이 줄어들었으며 나스닥지수는 타이거펀드 계열인 재규어펀드가 인텔주식을 처분하면서 하락폭이 확대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차장은 “타이거펀드 청산이 미국증시의 약세를 촉발하고, 동조화 현상이 심한 국내 증시에 그대로 전이될 경우 최근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헷지펀드의 잇따른 투자실패와 미국증시의 약세는 최근 한국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연기금펀드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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