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큰 손' 주도권 교체…'바이 반도체' 주체로 부상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주도권이 ‘큰 손’으로 넘어갔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엄청난 매수 강도(强度)는 국내증시 공략의 주도권이 종전 지역펀드에서 글로벌펀드로 넘어가면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2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3월들어 28일까지 전체 순매수금액 3조4064억원중 78.3%인 2조6674억원을 삼성전자, 삼성전자(1우), 현대전자 등 세 종목에 쏟아부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수 비중은 55.7%로 유례 없을 정도로 높다.

반도체주가 우선 매수종목으로 낙점받은 까닭은 △D램 가격의 상승세 전환 전망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외국 반도체주 대비 저평가 △DR(주식예탁증서)과 국내주가의 격차 등 눈에 확 띄는 업종 재료가 충분히 설명한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편식’ 배경은 무엇인가. 증권가에서는 ‘그물이 커지다보니 큰 고기만 걸리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현대증권 한동욱대리는 “3월들어 아시아시장 블루칩에 대한 매수주도권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이나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을 투자대상으로 삼는 펀드들에서 전 세계를 위험분산 범위로 하는 글로벌펀드들에게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도세력 교체의 원인으로는 △97∼98년 남미 및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지역색’을 가진 펀드의 비중 축소 △정보기술(IT)혁명으로 인한 업종별 시장통합과 미국시장과의 동조화로 아시아증시의 헤지기능 감소 등이 지목된다.

글로벌펀드는 작년 10월이후 TMT(기술 미디어 통신주)를 주로 편입하고 있으며 중단기재료를 갖고 있는 블루칩도 빠르게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2월말 기준 평균잔고는 2500억∼3000억달러가량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펀드 99억달러의 30배가량이나 된다.

모건스탠리딘위터에 따르면 글로벌펀드들은 모델지수로 선진국들로만 구성된 모건스탠리유럽아시아극동(MSCI EAFE)지수보다 선진국 이외에 한국 등 이머징마켓 27개국이 포함된 모건스탠리세계(MSCI AC World)지수를 많이 이용하는 추세다. 그만큼 한국같은 이머징마켓의 대표주로 돌아가는 몫이 커지는 셈.

한편 국내증시에서 ‘바이 반도체’가 절정에 이른 1월말 이후 외국인의 매수범위가 우량 가치주들로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활동이 미미했던 아시아지역펀드들이 국내증시의 기간조정을 계기로 적극 움직이기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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