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후순위채 발행해 재미 톡톡

  • 입력 2000년 3월 27일 20시 25분


‘여유자금을 가진 고액재산가를 끌어들일 만한 상품 좀 없을까.’

후순위채 발행 때마다 거액의 자금이 몰려 톡톡히 재미를 본 시중은행들이 ‘큰손’을 끌어들일 후속탄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후순위채 발행이 이달 말로 당분간 휴식에 들어가는 데다 후순위채의 인기비결이었던 분리과세 혜택를 받을 수 있는 5년 만기의 국공채가 현재 은행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당분간 후순위채 발행 없을 듯〓하나은행이 1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20일 이 은행에는 개장하자마자 고객들이 몰려 1시간반만에 모든 채권이 팔렸다. 판매가 끝난 뒤에도 고객들이 몇차례씩 전화를 걸어 “언제 다시 발행하느냐”고 물어올 정도.

이같은 후순위채의 인기는 한미 외환 국민 조흥 한빛은행에서도 예외없이 입증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이같은 고객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올해 후순위채 발행을 사실상 마감했으며 하나은행 등 2곳 정도가 5∼6월에 추가발행 계획을 갖고 있는 정도다. 이는 후순위채 발행액이 은행 기본자본의 50% 내로 한정돼 있는데다 고객에게 제시한 10%내외의 금리를 맞춰줄 만한 운용처가 마땅치 않아 자칫 역마진이 발생할 우려가 높기 때문.

▽5년만기 채권 확보가 관건〓숨겨진 고액재산가들이 내년부터 시행될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판단한 은행들은 분리과세가 되는 5년만기 채권을 편입한 후속상품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미와 하나은행이 최근 5년만기 예금보험공사채권을 각각 1000억원씩 편입한 분리과세형 단위금전신탁상품을 내놓은 것을 제외하고는 후속상품 개발이 뜸한 실정이다.

이는 5년만기 국공채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 더구나 올해 정부가 국공채 발행물량을 3조원 가까이 줄이겠다고 발표해 공급물량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최근 확보한 예보채 1000억원도 전 금융기관이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힘들게 따낸 것”이라며 “가장 인기가 좋은 만기 5년짜리 1종 국민주택채권은 명동 사채시장을 통해서 물량이 나오는 대로 50억∼60억원씩 사들이고 있는데도 아직 추가 상품을 내놓을 만큼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5년짜리 채권 확보에 치중하는 한편 후방에서는 고액재산가들을 발굴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고액재산가를 관리하는 각 은행 프라이빗뱅킹(PB)팀은 고객을 20∼30% 늘린다는 계획 아래 과거 부동산재벌보다는 벤처기업으로 떼돈을 번 사람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맨투맨으로 고객 유치활동을 펴고 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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