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재경 '경제실정論' 반박… "순수 국가채무 60兆"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21분


평소 경제현안에 대해 은유적 화법을 즐겨온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이 15일 최근 야당일각의 ‘경제 실정(失政)론’에 대해 “현실을 외면한 채 부정적 측면만을 과장한 잘못된 논리”라며 직설적으로 맞받아쳐 눈길을 끌었다.

이장관은 이날 도산아카데미연구원 주최 조찬세미나에서 최근 비판여론이 제기된 13개 항목의 경제현안에 대해 작심한 듯 각종 통계수치를 들어가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무엇이 이장관을 화나게 했나〓 이장관이 거론한 문제는 △국내기업의 해외 헐값매각 △경기불균형 △물가 및 금융시장 불안 △국가채무 △실업 및 소득분배구조 악화 등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고민을 망라한 것.

그는 우선 국가부채 문제와 관련, “외환위기로 극심한 불경기에 빠진 상태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를 부추기기 위해 재정적자 감수는 불가피했다”며 엄밀히 따지자면 국가채무 108조원 가운데 국민주택채권 발행분 등 50조원은 일반재정에서 세금으로 부담하는 빚이 아닌 만큼 실제 국가채무는 60조원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현정부 출범후 국내기업을 대거 외국에 헐값으로 매각해 국부를 유출했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이제는 기업의 국적보다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곳이 어디냐를 따져야하는 시대”라며 “외국인 직접투자는 선진경영기법의 도입 등을 통해 우리경제의 체질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재벌개혁 정책의 성과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일련의 제도개선을 통해 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개선되고 경영의 투명성이 나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장관은 “아무리 선거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알만한 사람들이 사실을 왜곡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용감하게’ 정치권을 비판했다.

▽일부 문제점도 시인〓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주변 상황이 정부 뜻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음을 인정했다. 빈부격차 문제만 하더라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악화되는 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시인했다.

이장관은 “외환위기로 가장 큰 고통은 서민층이 당한 반면 경기회복 과정에서 가장 먼저 혜택을 누린 집단은 재산소득이 급증한 고소득층이어서 정부도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며 “중산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산층 완전붕괴’를 기정 사실화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논리”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직 장관이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결과적으로 야당비판으로 비쳐질 발언을 한 것에 걱정도 한다. 그러나 이장관은 “야당을 의식해서라기보다 요즘들어 경제정책 운용에 대해 이런저런 소리가 나고 있어 사실관계를 정리해두고 넘어가자는 뜻”이라고 강성발언의 배경을 해명했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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