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1순위' 전망하고도 실제론 순매도

  • 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33분


외국인의 국내증시 투자를 중개해주는 외국증권사들은 최근 한국을 투자대상 1순위로 지목하고 한국 투자비중을 높일 것을 앞다퉈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관이나 개인투자자 뺨치는 단타매매로 시장을 휘젓는가 하면 최근에는 현물과 선물 양 시장에서 순매도포지션을 취해 시장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있기도 하다.

외국증권사 관계자들은 “중장기 거시경제여건이 추가로 개선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나빠진 수급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26개국중 가장 저평가"▼

▽전망은 ‘코리아 베스트!’〓모건스탠리딘위터는 14일 코리아펀드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아웃퍼폼’(매수 추천)로 상향조정했다.코리아펀드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는 한국 관련펀드중 규모가 가장 큰 펀드. 모건스탠리는 이에 앞서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은 이날 ‘3월 신흥시장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한국이 신흥시장 26개국중 가장 저평가돼있다”면서 2월에 이어 이달에도 한국을 투자 1순위(투자비중 15%)로 추천했다.

▼1~2주 간격 단타 매매▼

▽‘토착화’성공했나〓외국인은 13일 3월초에 ‘매수’ 또는 ‘강력매수’를 추천하며 집중 순매수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를 보름도 안 돼 순매도했다. 최근 반도체 국제가격 하락과 반도체주 편입비중 달성에 따른 잉여분 처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서는 ‘반도체주 상승세’때 단기차익을 노리고 들어왔던 헤지펀드가 가격하락에 따라 내놓은 로스컷(손절매) 물량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올초부터 주성엔지니어링 씨엔아이 한글과컴퓨터 등 예년같으면 2년이상의 보유가 추천되는 종목을 1,2주일 간격으로 사고팔아 단기차익을 챙기는 투자패턴을 보여왔다.

▼"그날 장세대응 치중" 설명▼

▽‘장세대응 어렵다’〓워버그딜론리드 윤용철이사는 “영업부와 조사부의 입장은 본래 어느정도 독립적”이라면서 “요즘같은 장세에서는 영업쪽이 실제 투자패턴을 좌우하며 애널리스트 등의 중장기전망은 말그대로 ‘참고용’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급여건이 워낙 꼬여 고객자산으로 수익을 내야하는 입장에서는 그날그날의 장세대응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계 증권사 조사담당상무는 “최근들어 원화절상,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수출감소 등에 대한 우려가 외국인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3개월이나 6개월짜리 펀드밖에 팔리지 않을 정도로 투신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증시에 신규자금이 유입되지 않은 것이 시장의 질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엥도수에즈W.I.카증권의 김기태이사는 “국가신용등급 상승, 상반기중 수출실적 개선 등 특단의 재료가 나타나 외국인이 대량순매수로 돌아서지 않는 한 시장기조의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며 “개별종목 중심의 소규모 랠리가 계속되면서 시장 전체가 조정을 겪는 장세가 적어도 총선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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