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화장세 생존전략] "소형주 중심 짧게 끊어치라"

  • 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10분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사람이 수익을 챙긴다’는 정글의 법칙이 요즘처럼 들어맞는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모 펀드매니저)

실적과 기업가치가 월등히 좋은 대형우량주 주가가 맥을 못추는 대신 유통주식 물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소형주가 부상하는 ‘역차별화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종목을 고르는 기준도 ‘대형주는 노(NO), 소형주는 오우케이(OK)’식으로 단순화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이 기를 못펴고 ‘감각’과 단기매매에 능한 데이트레이더(초단기 매매자)들이 득세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요즘 장흐름이 투기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반증.

이같은 역차별화 장세에선 ‘투기적 매매에 동참하기 보다는 쉬면서 살아남는게 최선’이라고 증권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역차별화장세 언제까지〓“투신권의 매물을 받아 줄만한 매수세력이 등장할 때까지는 현재의 시장 흐름에 순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추세를 거슬러선 살아남기 힘들죠.”

LG투자증권 황창중투자전략팀장은 “기관의 매수여력 부족으로 당분간 지수관련 대형주의 약세가 불가피하다”며 “지금은 매물부담이 적은 소형주에 각별한 관심을 둬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대 매도세력인 투신권은 14일에도 13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펀드투자자들의 환매요청이 연일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시장을 받쳐주던 외국인들 마저 원-달러환율이 달러당 1120원대에서 옆걸음치고, 반도체 가격이 5달러대로 하락하면서 매수여력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현 상태에선 수급이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소량의 매수세로 탄력있게 상승할 수 있는 소형주의 투자매력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미래에셋 자산운용 이병익 운용본부장은 “그렇더라도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며 “은행의 추가형 금전신탁이 이번주부터 본격 운용에 들어가고, 한국시장에 대해 우호적인 외국인들이 매수강도를 높일 경우 수급개선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생존’에 입각한 투자전략〓개인투자자들은 ‘수급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일단 살아남는다(투자금액을 모두 까먹지 않는다)’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한다고 증권전문가들은 강조한다.

LG증권 황팀장은 “종목발굴에 자신있는 투자자라면 소형주 중심의 투자를 하되 짧게 끊어치는 단타매매를 구사해야 한다”며 “시세가 워낙 짧기 때문에 섣부른 추격매수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고, 투자자금의 일부분은 소형주 중심으로 공략하는게 좋다”며 “장기투자자라면 하락폭이 크고 기업실적이 좋은 삼성SDI 한국통신 제일제당 에스원 콤텍시스템 등 인터넷 정보통신 관련주에 관심을 둬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쉬는 것도 좋다〓이도 저도 자신이 없다면 쉬는게 최상책이 될 수 있다. 기세등등하던 중소형 개별종목들도 14일엔 매물압력을 받으면서 상승탄력이 크게 약화됐다. 상승종목수도 294개로 전날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종합지수 850선이 무너지면서 개별종목 시세도 탄력을 잃고 만 것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지수가 어느정도 받쳐줘야 개별종목장도 활기를 띌 수 있다”며 “지수 바닥권을 확인할 때까지 매매를 중단하고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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