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對韓직접투자 으뜸 '큰 손'… 지난해 62억달러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유럽연합(EU)의 우리 나라에 대한 직접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직접투자 규모에서 미국과 일본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은 6일 ‘유럽의 대(對)한국 직접투자 왜 증가하나’라는 보고서를 통해 “80년대까지 일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국에 진출하던 유럽 기업들이 최근에는 금융 유통 등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을 ‘저렴한 생산기지’에서 ‘독자적인 시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90년대 본격 증가〓외국인 직접 투자에 대한 집계가 시작된 62년부터 90년까지 EU의 국내 직접투자 총액은 9억8000만달러로 미국의 26%, 일본의 44%에 불과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일본을 앞지르더니 지난해 미국마저 제치고 최대의 직접투자 세력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EU의 직접투자액은 62억6000만달러로 우리 나라에 대한 외국의 직접투자총액(155억달러)의 40.3%를 차지했다. 미국이 37억5000만달러(24.1%), 일본이 17억5000만달러(11.3%)로 뒤를 이었다.

▽왜 늘고 있나〓LG경제연구원 박병관 연구원은 “기업들은 타국과 거래할 때 위험부담이 비교적 낮은 무역에서 시작한 후 차차 직접투자로 돌아선다”면서 “수출이 늘어난 후 보통 4, 5년의 시차를 두고 직접투자가 늘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때가 됐기 때문”이라는 설명.

산업 인프라가 취약한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바스프의 경우 중국에 스판덱스 생산기지를 건설하려 했으나 화학산업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럽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한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도 투자가 늘고 있는 이유. IMF 구제금융 시절에도 유럽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비교적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EU상공회의소가 2일 개최한 통상이슈 세미나에서도 “한국의 경제 위기가 거의 끝났다”는 분석이 압도적이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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