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코스닥 동반상승]"반도체 주식이 시장살렸다"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반도체 주식이 다 죽어가던 시장을 살렸다.’

2일 거래소시장은 사상최대의 폭등세를 기록하면서 마감, 최근 악화된 수급상황으로 추가하락을 우려하던 목소리가 온데 간데 없어졌다.

외국인들은 6000억원을 웃도는 순매수로 폭등장세의 주역이 됐다.

코스닥시장도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하던 279선을 훌쩍 뛰어넘어 ‘300선 고지’를 향해 줄달음칠 기세다.

증권전문가들은 “거래소와 코스닥 양시장이 모처럼만에 폭등장세를 보여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으나 920∼940선대에 포진한 매물벽을 뚫기는 시장체력이 아직은 허약하다”고 진단.

▽장세반전의 주역은 반도체〓개장직후 삼성전자 현대전자 삼성전자우선주 등 반도체 관련주식이 가격제한폭까지 폭등, 관망세력을 한 순간에 매수대열로 끌어 당겼다.

4달러선까지 추락하던 반도체 64메가D램 가격이 6달러선까지 급등한데다 이날 새벽 끝난 미국증시에서도 반도체 관련주식들이 폭등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DR(주식예탁증서)값이 33만원선까지 급등, 차익거래를 노린 외국인들의 매수주문이 쇄도했으며 현대전자는 오전장 한때 상한가 매수잔량이 1300만주나 쌓이는 등 상한가로 주문해도 살 수 없을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

코스닥시장에서도 17개 반도체 관련 생산업체의 주가가 대부분 큰폭 오르는 등 반도체 주식은 근래에 보기드문 강력한 테마주를 형성했다.

▽코스닥도 사상최고치 경신〓코스닥시장은 외국인들의 순매도에도 불구, 전업종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280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연일 상한가 행진을 펼치던 싸이버텍홀딩스가 외국인들의 대량 매도공세로 하한가로 급락하고 새롬기술과 다음 등 코스닥시장의 대표주들도 약세를 보여 추가상승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

삼성증권 현정환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17일 이후 1, 2일을 빼놓고는 줄곧 매수 우위를 보이던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은 좋지 않은 징후”라며 “장세 버팀목이던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낼 경우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거래소 시장의 초강세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거래소로 이동할 경우 코스닥시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 엄준호 수석연구원은 그러나 “장세 주도주가 인터넷주에서 반도체주로 바뀌는 분위기”라며 “투신권이 코스닥종목을 본격 편입하기 시작한데다 1월의 깊은 조정후 전고점을 돌파했기 때문에 조정을 받더라도 길거나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의 매수세와 거래량 증가가 관건〓외국인들은 이날 6000억원을 넘는 폭발적인 순매수를 보였다. △24일 922억원 △25일 617억원 △28일 866억원 △29일 2506억원에 이어 5일연속(거래일 기준) 매수 우위를 기록중.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외국인들이 폭발적인 매수 공세로 그동안 거래소 시장을 짓눌러온 수급상황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며 “간접투자상품으로 신규자금이 유입된다면 상승추세로의 전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적어도 3억주 이상의 거래량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920∼940선대의 매물벽을 뚫기는 힘들 것”이라며 “외국인들의 향후 매매패턴에 주목해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SK증권 박용선 투자전략팀장은 “900선 돌파는 시간문제지만 시장체력이 아직은 약해 재료보유 중소형주와 외국인들의 매집대상인 반도체 정보통신주가 선별상승하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운·정경준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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