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금융가 '이상한 인사'…공로임원 내치고 낙하산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여의도 금융가가 ‘이상한 인사(人事)’로 술렁대고 있다.

우선 한국투신은 이종남 전 선물거래소이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임원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사 운용본부장 나모이사는 임원이 된 지 5개월 만에 옷을 벗었다. 그는 지난해 주식운용을 통해 막대한 투자이익을 내 회사경영 정상화에 기여한 공로로 전임사장의 신임을 톡톡히 받았던 사람. 경쟁사의 한 임원은 “나이사를 물러나게 한 것은 경쟁회사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사장은 주총 하루전날 나이사에게 퇴임통보를 하면서 시종 ‘미안하다’는 말만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가 맡았던 자리에는 호남지역본부장을 맡던 부장이 발령났다.

최근 결정된 투자신탁협회 부회장 선임도 적지 않은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협회의 박종석회장이 재정경제부 출신이기 때문에 부회장 자리는 민간업계 출신에게 주는 게 자연스러운 일. 그러나 투신협회는 최근 임시총회에서 한투 이사장을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비상근 자리이기는 하지만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회사인데 재경부 출신을 부회장에 앉힌 것은 어려움에 직면한 투자신탁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것. 업계의 한 사장은 “정부가 인사자율을 외치지만 여전히 관치가 판을 친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이용근위원장이 선임되면서 새로 신설된 위원장보좌역 자리가 무슨일을 하는 곳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전임 위원장 때 없었던 자리인데다 금융감독원 출신 보좌역이 위원장 이름과 비슷해 친인척관계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당사자는 “위원장과는 이름이 비슷할 뿐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국장들조차 “인척이 아니라면 왜 느닷없이 보좌역 자리를 만들어 그를 앉혔는가”라고 반문한다.

<최영해기자> 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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