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팔자' 대기…간접투자펀드 만기몰려 증시 부담

  • 입력 2000년 2월 20일 20시 02분


‘30조원의 간접투자상품 매물이 향후 주가향방을 좌우한다’

거래소에서 코스닥시장으로 관심축이 옮겨지면서 거래소시장에서는 조그만 매물에도 주가가 급락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지난해 하반기이후 집중적으로 설정됐던 주식형펀드와 만기 1년이 가까워진 뮤추얼펀드 청산물량이 거래소 수급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래소 간접투자펀드 매물부담 30조원선〓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이후 최근까지 설정된 주식형펀드(계약형)는 42조78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동안 설정된 뮤추얼펀드는 4조7800억원선. 업계에서는 이중 30조원 내외의 펀드가 만기매물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물론 주가가 펀드 설정당시인 지수 900대보다 떨어져있는 상황이라 마구 팔아치울 수는 없지만 주가가 오를 때마다 매물로 흘러나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같은 매물을 받아줄 세력이 마땅찮다는 것. 펀드 만기물량이 연장되거나 새로 돈이 들어와 만기매물을 소화해준다면 좋겠지만 시장상황이 나빠 주식형 간접투자상품으로 큰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특히 주식형펀드로 분류되는 하이일드펀드와 CBO펀드(후순위채펀드)의 수탁고가 각각 9조2752억원과 2조417억원에 달해 순수하게 주식투자에 주력하는 주식형펀드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950선되면 ‘팔자매물’ 몰릴듯〓간접투자펀드 만기물량은 주가가 현 지수대에 놓여있어도 부담스럽지만 주가가 오를 때마다 수급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지수 800대에서 매물이 많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상승추세로 전환할 경우 속속 매물화되면서 시장을 압박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성대 한국투신 주식운용부장은 “지난해 7월이후 설정된 펀드들이 이익을 내고 청산하려면 적어도 지수 1000포인트는 돼야 한다”며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일단 지수 950선에서 이익을 실현하려는 욕구가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우량주 수급불안 요인될 전망〓간접투자상품으로 새로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만기가 된 펀드는 손해를 보고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많은 편. 이 경우 펀드를 구성하는 주요종목들인 핵심블루칩들이 매물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가뜩이나 기관투자가들이 거래소비중을 줄이고 코스닥쪽으로 관심을 쏟는 마당에 펀드만기매물은 취약한 거래소시장의 수급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여진다. 강신우 현대투신운용 부장은 “주식형펀드외에도 만기가 1년짜리인 뮤추얼펀드가 만기청산을 기다리고 있어 이래저래 거래소시장 부진을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진단〓김기환 마이다스에셋 상무는 “800선대에서는 펀드가입자들이 손해를 본 상황이기 때문에 만기가 됐다고 해도 펀드해지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주가가 강하게 치솟지 않는한 점진적인 상승추세를 그린다해도 매물압박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방철호 대한투신 영업지원부장은 “대우채 환매가 일단락되면서 법인투자자 자금이 서서히 투신권으로 유입되고 있다”면서도 “개인투자자의 경우 아직도 주식형펀드에 돈을 넣지 않는 편이라 지수 950선 전후로 적잖은 매물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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