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배당률-주가 '겹고민'…주총앞두고 '달래기' 고심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지난해 몸집을 키우기 위해 대대적으로 유상증자에 나섰던 많은 상장 금융기관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주가가 유상증자 당시 발행가 밑으로 내려가 주주, 특히 우리 사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

주가가 떨어진 금융기관의 우리 사주들은 회사 또는 계열 금융기관으로부터 10%대의 빚을 내 주식을 샀기 때문에 이자 상환도 벅찬 형편.

▽부익부 빈익빈 심화〓증시 활황으로 역대 최대의 실적을 올린 증권업계와 이익이 늘어난 손해보험업계는 경쟁업체보다 많은 배당을 계획중이다. 대신증권의 경우 현금배당 50%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과 쌍용화재 등도 배당률은 정하지 않았지만 작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부 시중 및 지방은행, 몇몇 종합금융사들은 적자 등으로 아예 배당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지방은행과 종금사들은 주가가 너무 떨어져 “주주와 우리 사주에게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는 입장. 부산은행 한 직원은 “월급은 깎이더라도 주가가 오르면 되는데 지금은 두가지 다 내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원망스러운 코스닥시장〓현대증권 관계자는 “실적은 좋지만 증시자금이 코스닥으로 몰려가 우리 회사 주가가 떨어지니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도 “증시가 내재가치나 현금흐름에 맞는 주가를 형성하지 못하고 상식 밖의 움직임을 보이는게 원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주주들에게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금융기관들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방안도 선택하고 있다. 쌍용화재는 3월중순까지 우리사주조합에 연리 4%미만의 저리자금을 지원해 ‘주식 사기운동’을 벌이고 동양종금도 400만주의 자사주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자사주 처분은 시기상조〓우리 사주제도는 보유기간이 올해 1월 이후 1년이 지난 경우에는 처분할 수 있도록 완화됐다. 거래소시장이 침체됐지만 많은 우리 사주들은 처분보다는 보유에 비중을 두는 상황.

삼성증권 관계자는 “우리 사주들이 거래소시장을 장기적으로 좋게 보기 때문에 다소의 평가손실을 입고 있더라도 내다팔지는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거래소시장 약, 코스닥시장 강’의 구도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희망이 작용한 때문.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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