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DVD플레이어 '콘테츠 장벽'… 내수시장 확대 걸림돌

  • 입력 2000년 2월 16일 19시 32분


‘하드웨어 제조 기술만으론 콘텐츠 장벽을 극복할 수 없다.’

뛰어난 화질과 음질로 VTR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각광받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플레이어(사진). 97년부터 국산이 출시됐지만 2년여가 지난 현재 내수시장 규모는 고작 1만대에 불과하다. 업체별로 연간 수십만∼100만대씩 수출하는 해외시장 실적에 비하면 내수시장은 ‘굼벵이걸음’을 하고 있는 셈.

콘텐츠 개발능력의 부재가 내수시장 확대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DVD플레이어는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국제적 합의에 따라 판매시장별로 전용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갖춰야 작동할 수 있도록 암호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 제품을 만들어도 콘텐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

삼성전자는 97년말 국내외에 DVD플레이어를 동시에 출시했다. 이후 콘텐츠가 많은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지로의 수출은 98년 40만대, 지난해 100만대 등으로 급증했으나 내수판매는 연간 4000대를 밑돌고 있다.

DVD용 국내 콘텐츠 수는 60여개에 불과해 △미국 4500개 △일본 3500개 △중국 3000개 △유럽 1000개 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게임기기 역시 감히 뛰어들기를 꺼리는 사업으로 통한다. 삼성 LG 현대 등 내로라하는 전자업체들이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일제히 참여했으나 콘텐츠 개발능력의 부재로 90년대 중반 모두 손을 들어버렸다.

인터넷 접속기능을 갖춘 소니의 차세대 게임기기 ‘플레이스테이션Ⅱ(3월 출시 예정)’가 세계적인 대히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남의 집 잔치’일 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웬만한 PC보다 성능이 좋은 플레이스테이션Ⅱ의 가격을 199달러 미만으로 책정한 것은 콘텐츠 장사로 이윤을 뽑겠다는 계산”이라며 “시장전망이 밝아 유혹을 느끼지만 콘텐츠가 없어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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