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硏 "21세기엔 모든 산업을 다 끌고 갈수 없다"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1분


‘21세기엔 모든 산업을 다 끌고 갈 수 없다.’

디지털 혁명으로 정보기술산업은 물론 재래산업도 글로벌 1위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삼성경제연구소는 14일 향후 우리 산업의 생존에 중요한 화두가 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삼성연구소는 특히 그동안의 산업분석이 ‘현황과 대응’에 치우친 점을 비판하고 경쟁력의 ‘현주소’를 냉철히 파악할 것을 주문했다.

▽규제완화가 경쟁력을 키운다〓전경련은 ‘주요산업의 경영애로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전자 자동차 등 14개 주요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었다. 전자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이른바 ‘21세기’ 업종은 원천기술이 취약한 것이 가장 큰 걸림돌. 기술 핵심부품의 대외의존도가 높아 생산단가가 높아진다는 것. 수출산업을 대표하는 반도체도 세계 시장의 26.7%에 불과한 메모리 분야에 편중돼 있고 장비 부문의 대외 의존도는 79%나 된다.

자동차 기계 등 대형제조업은 완성업체의 기술수준 해외인지도에 비해 부품소재산업이 열악하고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부품업체 중 중소기업 비중이 96.0%에 달해 품질력 및 기술개발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

전경련 보고서는 전산업에 걸친 규제완화와 업체간 교류 협력 활성화, 고부가가치화 추진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선진기업 벤치마킹도 한계가 있다〓삼성연구소는 ‘주력산업의 21세기 발전전략’이란 보고서에서 국내 산업을 현재의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3가지로 분류했다.

우선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단기(5년 이내) 대응이 가능한 선도산업군. 반도체 조선 철강 산업이 이에 포함된다. 이들 업종 기업은 생산 설계 마케팅면에서 세계수준에 도달, 큰 문제가 없다. 다만 기초기술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터넷 등 신마케팅 기법을 신속하게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두번째는 현재는 경쟁력이 약하나 중장기적(5∼10년)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산업군. 통신 자동차 등이다. 연구소는 이들 업종은 선진국을 단계적으로 따라잡기 위해 경쟁력 있는 부문을 특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신산업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무선통신부문을 강화하고 장기 기초기술 연구를 위한 국책연구소 설치를 주장했다. 자동차는 부품산업의 구조개편과 플랫폼 통합, 해외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필요성을 제기.

문제는 유화 기계 컴퓨터 섬유 등 중장기적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업종. 고부가가치를 내는 분야로 사업을 재편하는 등 막연하게 선진기업 ‘베끼기’를 할 게 아니라 기존 생산효율을 높이거나 전략적 제휴로 생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PC와 섬유는 21세기에도 생산공정을 특화하고 기계는 지금처럼 조립생산에 강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연구소는 특히 유화의 경우 현재는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21세기엔 기초기술 열세로 3번째 그룹에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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