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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31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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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가 최근 정부 과천청사 국무위원들과 중앙청사의 국무위원들이 언제든 화상으로 회의를 할 수 있는 ‘원격영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토록 지시해 국무조정실과 행정자치부 정보통신부 등 관련부처가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원격영상회의 시스템은 과천에 있는 국무위원들이 중앙청사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가야 하는 불편을 줄이고 디지털 시대에 맞게 최첨단 시스템을 활용해 국무위원간 활발한 의견 교환을 하자는 취지.
그러나 원격영상회의시스템 구축은 이번이 벌써 세번째 시도다.
89년 노태우(盧泰愚)대통령 재임 시절 거액의 예산을 들여 원격영상회의 시스템을 각 장관 방에 설치했으나 화면이 떨리고 자주 끊기는 등의 기술적 결함에다 ‘효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모두 철거됐다.
정부는 또 95년부터 96년까지 22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무위원을 비롯한 26개 기관 34개소에 유사한 시스템을 설치했다가 시범운용 2회, 업무보고 1회 등 2년6개월 동안 단 3차례만 사용하고 효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뜯어냈다. 특히 재정경제부 등 20개 기관은 단 한차례도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감사원은 98년 정통부 감사에서 화상회의 시스템과 관련한 수요조사와 운용을 담당한 책임자를 엄중 경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따라서 최첨단 영상회의시스템으로 행정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은 있지만 똑같은 사업이 총리가 바뀔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효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용지물이 된 전례로 볼 때 국무위원들의 정보화 마인드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업 추진은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실패한 사업이기 때문에 다시 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기 위해서는 문제점과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특히 국무위원들이 첨단 시스템을 활용하는 정보화 마인드를 갖지 않는 한 새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